미국·이스라엘의 대(對) 이란 전쟁이 2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또 다시 한국을 압박했다.
미국이 핵무기를 많이 보유한 북한 옆에 주한미군을 두는 '리스크'를 감수 하는데도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청 등 필요한 때에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을 재차 피력했다.
이번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거명하며 자신의 전임자들이 북한의 핵보유를 저지했어야 했다는 주장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란 전쟁에 있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참을 얘기하다가 "나토뿐만이 아니었다. 누가 또 우리를 돕지 않은 줄 아는가. 한국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험지에 4만5천명의 (주한미군) 병력을 두고 있으며 핵무기를 많이 갖고 있는 김정은 바로 옆"이라고 했다.
지난달 제기한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청에 여태 호응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재차 표출한 것이다.
주한미군은 2만8천500명 정도 규모인데 또 4만5천명이라고 언급했다.
주한미군 규모를 부풀리는 동시에 주한미군 주둔을 미국의 일방적 도움인 것처럼 표현하면서 한국이 '배은망덕'하다는 식의 논리를 전개한 것이다.
일본에 대해서도 미국이 5만명의 주일미군을 두고 북한으로부터 지켜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토에 대해서는 '종이 호랑이'라고 조롱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토를 겁내지 않으며 미국을 겁낸다는 얘기도 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쿠웨이트 등을 입에 올리며 "훌륭했다"고 치켜세웠다.
평소에도 동맹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이란 전쟁에서 미국에 도움이 되었느냐의 기준 아래 동맹을 '줄 세우기'하는 인식이 한층 뚜렷해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공개석상에서는 나토에 불만을 쏟아내다가 지난 1일 부활절 기념 오찬 행사 연설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을 함께 거론했다. 당시 연설 영상은 백악관이 이내 삭제한 바 있다.
그러다 닷새 만에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한국 등에 대한 불만을 다시 표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직접적 불만 표출은 미국과의 무역·안보 협상에서 일종의 '청구서'로 돌아올 우려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김 위원장과 매우 잘 지내며 김 위원장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도 했다.
그는 "어떤 대통령이 일을 제대로 했다면 김정은은 지금 핵무기를 갖고 있지 못할 것"이라면서 "그들은 일을 제대로 하는 게 겁이 났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임 미국 대통령이 대북 대응을 적절히 하지 못해서 북한의 핵보유를 초래했다는 비판인 동시에, 이번 대이란 전쟁의 목표중 하나인 이란 핵보유 차단의 당위성을 역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대통령의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자신에 대해 아주 좋은 말을 한다면서 김 위원장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하는 등 아주 못되게 굴었으나 자신은 좋아한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최후통첩 시한을 앞두고 "완전한 파괴" 등 거친 언사로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합의를 압박한 데 대해 이란군은 "오만한 언사"라고 반발했다.
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의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망상에 사로잡힌 미국 대통령의 무례하고 오만한 수사"라고 일축했다.
이어 "이런 근거 없는 위협은 이슬람 전사들이 미국과 시온주의 적에 맞서 벌이는 공세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오후 8시(미 동부시간 기준, 한국시간 8일 오전 9시)까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미국의 요구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이란의 모든 교량과 발전소를 파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합의하지 않으면 4시간 동안인 자정까지 "완전한 파괴가 이뤄질 것"이라며 "나라 전역을 하룻밤 만에 없앨 수 있다"고 공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