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교실은 오래된 풍경이 됐다. 아이들 웃음 대신 바람 소리만 맴도는 마을에 ‘소멸’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사람이 떠난 자리에서 사람을 다시 불러들이는 해법이 싹튼다. 그것도 책상이 아니라 운동장에서다. 사라질 것 같던 작은 마을들이 땀과 함성으로 다시 이름을 부른다.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기보다 비껴서는 선택, 그 낯선 방향이 오히려 길을 연다. ▼인구 4,300명의 정선 사북은 유소년 유도를 중심으로 변화를 만들어냈다. 기존 유도 명문인 사북초교와 사북중에 이어 2024년 말 사북중·고 임흥수 교장이 고등학교 유도부를 창단하면서 초·중·고로 연결되는 선수 육성 시스템이 완성됐다. 이 같은 변화는 곧바로 학령인구 증가로 이어졌다. 사북중 전교생 수는 2023년 119명에서 2024년 127명, 2025년 144명으로 2년 만에 21.0% 증가했다. ▼홍천군은 유소년 축구로 전국 각지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홍천FC U-15’는 2021년 창단 이후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올해 중학생 선수단 44명 중 37명(84%)이 외지 출신이다. 홍천군과 홍천군체육회는 예산 및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주민도 후원회를 조직하는 등 응원도 계속되고 있다. 과거 탄광의 불빛이 꺼진 자리에서 유도복의 흰색이 번지고, 논밭 사이 축구장이 또 다른 생업이 된다. 낡은 산업 대신 새로운 몸의 언어가 마을을 다시 움직인다. 인구 감소라는 충격을 또 다른 외부 자원으로 상쇄하는 셈이다. ▼이 같은 결실은 끈질긴 ‘축적’에서 나왔다. 학교를 잇고, 훈련장을 짓고, 주민이 지갑을 열었다. 행정의 지원과 주민의 응원이 결합해 하나의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사람을 붙잡지 못하면 불러들이면 된다. 그 통로가 반드시 산업일 필요도 없다. 교육과 스포츠, 공동체의 의지가 엮일 때 마을은 다시 호흡한다. 지역 소멸을 막는 일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한 아이의 전학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