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소비계층 외면… '저급 관광지' 추락
여름철 동해안 해수욕장이 저급 관광지로 추락하고 있다. 대학생 청소년 등 비소비계층만 가득하고 알짜 소비계층은 해수욕장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고질적인 바가지 상혼까지 더해지면서 더 이상 국민휴양지라는 명성이 빛바랜 지 오래다.
일선 시·군에서는 피서객을 유치하기 위해 해수욕장 시설개선이나 대도시 홍보활동 이벤트성 축제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매년 피서객 증가라는 행정당국이 발표하는 숫자에 만족해야만 한다. 지역 상인과 주민들이 체감하는 피서경기는 피서객 숫자와는 달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동해안 해수욕장의 문제점과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대책은 없는지 살펴본다.
해수욕장 상경기로 인해 올해도 어김없이 대형마트와 지역상인들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피서철 대목을 바라보는 입장은 똑같지만 결과는 언제나 총면적 3,000<&35872> 이상 대형매장과 다양한 상품 그리고 쾌적한 시설을 갖춘 대형마트 승리로 끝나고 있다.
이것이 동해안 피서객 1,000만명 시대로 접어든지 오래지만 지역 상경기가 침체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는 피서객들이 차량을 가지고 있을 경우 미리 음식들을 싸가지고 오거나 해수욕장 인근 대형마트에서 구입하는게 정석이 돼버린 소비패턴이 잘 말해주고 있다.
올해 속초지역 해수욕장 역시 이같은 현상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른 아침 해수욕장 백사장을 찾아가면 어김없이 대형마트 비닐봉투가 널려 있다.
간밤에 피서객들이 남겨놓고 간 것들이다.
해수욕장 인근 민박을 이용하는 피서객들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민박이 정해지면 먼저 대형마트를 찾아 휴가기간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는 것으로부터 피서가 시작된다. 그리고 야간에는 백사장에 나가 놀이를 즐기다 집으로 돌아가는 게 피서객 대부분의 행태이다.
민박을 운영하는 박모(43)씨는 “피서객들이 찾아오면 먼저 묻는 말이 대형마트가 어디에 있느냐”라며 “피서지 바가지 요금에 대한 뿌리깊은 인식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소비는 대형마트에서 이뤄지고 지역에 남겨지는 것들은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관광지 쓰레기뿐인 셈이다.
이는 쓰레기매립장 폐기물 반입량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올해 속초지역 쓰레기매립장에 반입되는 생활쓰레기는 지난 7월 1,657톤, 6월 1,334톤, 4월 1,250톤, 3월 1,396톤, 2월 1,272톤, 1월 1,462톤 등이다. 행락철인 5월과 피서철인 7월에 각종 생활쓰레기가 집중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지난달 속초지역에서 쓰레기 무단투기로 적발된 건수도 90건에 달하는 등 피서지가 쓰레기 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환경세 부과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득환 동우대(복지행정학부)교수는 “안버리면 된다는 국민의식도 중요하지만 이는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중앙정부에서 교부세 산정시 피서철 쓰레기 발생량과 유동인구수를 반영하는 등 시스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자연발생적인 해수욕장 등 도내 관광자원을 쓰레기로부터 지켜내기 위해서는 입도세를 징수해 자연보전에 투입해야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더욱이 해수욕장이 알짜 소비층으로부터 외면받는 것은 관광객들의 여가문화와 소비패턴이 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마케팅이나 관광객 유치전략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게 없는 것도 한몫 하고 있다.
이때문에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주 소비층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동해안 관광이 단기적이고 저가관광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마케팅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해수욕장 백사장을 찾는다 해도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곳은 임대업자들의 L형텐트가 점령하고 개인이 가지고 온 파라솔은 펼수가 없거나 구석으로 밀려나고 있는게 현실이다.
여름 한철 한몫을 챙기기 위한 철새상인들이 해수욕장을 점령하고 호객행위와 바가지 요금 등 고질적인 병폐가 피서지의 주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한 관광객들의 지갑을 여는 일은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다.
지역을 찾은 피서객들의 소비행태가 대형마트와 콘도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무엇보다 동해안 시·군마다 다양하고 특색있는 관광기반시설이 부족하고 단순한 관광행태와 체계적이지 못한 관광개발에 기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매년 피서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장마와 폭우 등 악천후에 피서객들의 발길을 잡아둘 수 있는 해양관광시설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동주 강원대(삼척캠퍼스 관광학과)교수는 “도내 해수욕장들이 예나 지금이나 관성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피서객들이 식상할 수밖에 없다”며 “연인 청소년 외국인 기업전용 등 특화된 해수욕장 운영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동해안 6개 시·군의 해수욕장들이 차별화 되지 않고 거기가 거기 식인 게 문제”라며 “지역별로 아쿠아리움 수상호텔 마리나 등 역할분담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해수욕장을 가지고 있는 도내 6개 시·군 지자체가 무한 경쟁도 중요하지만 상생을 위한 협력관계가 중요한 것도 이때문이다.
동해안 해수욕장들이 쓰레기만 넘쳐나는 저급 관광지가 아닌 소비계층이 찾을 수 있는 고급 휴양지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행정편의적으로 간이 지정 일반 등으로 해수욕장을 구분해 운영해 오던 관행에서 벗어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속초=권원근기자 ston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