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세탁 사건 연루됐다' 팩스 보내
경찰·검찰·농협 직원 사칭 전화
계좌 이체 지시 … 수천만원 꿀꺽
공공기관 우편으로만 공문 발송
보이스 피싱에 가짜 법무부 공문까지 등장해 잇따른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발견된 가짜 공문은 전문가들조차 속을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져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A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적혀 있는 '금융특별사건대포통장, 사기, 돈세탁 사건 등으로 본서에 출두해 진술하라'는 내용의 법무부 공문을 팩스로 받은 뒤 깜짝 놀랐다. 공문에는 법무부 장관의 사인과 직인 등이 정교하게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합법절차에 따라 본인을 통지' '부정당한 이유로 출두하지 않거나 보고하지 않는 단속보호자에 한해 거주제한, 출국금지' 등 섬뜩한 문구는 A씨를 잔뜩 긴장시켰다.
팩스를 보낸 측은 검찰이라며 A씨에게 돈세탁에 연류됐다고 설명했으며 사건에 연루될 수 있으니 검찰 계좌로 돈을 이체할 것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 농협 직원 등을 사칭한 이들의 전화를 받은 A씨는 급한 마음에 1,200여만원을 인터넷 뱅킹을 통해 이체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상한 생각이 들어 해당 은행에 지급정지를 신청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돈은 이미 빠져나간 뒤였다.
같은 날 오후 개인사업자인 B씨가 춘천경찰서에 A씨처럼 농협 직원과 경찰 검찰 등을 사칭한 일당에게 통장이 돈세탁에 연루됐다는 전화를 받고 1,100여만원을 송금했다고 신고했다.
A씨는 “주민등록번호에 주소 등 개인 신상을 모두 아는데다 은행 직원에 경찰, 검찰을 사칭하고 공문까지 보내 의심하기 어려웠다”며 “아이들 학비와 생활비로 쓰려고 모아둔 돈인데 한순간에 날아가 잠도 오지 않는다”고 답답해 했다.
경찰은 현재 피해자들이 입금한 돈을 현금인출기에서 찾아간 용의자의 CCTV를 확보하고 수사를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위조된 공문에는 직인과 검찰 로고 등이 있지만 공공기관은 공문을 공식 경로인 우편을 통해 접수한다”며 “정교하게 위조된 만큼 경찰에 신고하거나 인근 관련 기관에 직접 문의하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진호기자 knu10@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