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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구매처·사용점 찾기도 힘든 강원상품권

◇이달부터 도내 지역화폐인 강원상품권이 본격적인 유통에 들어간 가운데 효용성을 위한 개선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4일 춘천 중앙시장에서 상인이 강원상품권을 물건 값으로 받고 있다. 박승선기자

이틀 판매액 236만원 미미

현금 구매 시 할인도 안 돼

상인 “현금화 귀찮아” 기피

"공사대금 7% 구매 보관 문제

농협 주거래 아니면 어려워"

건설·유통업계 걱정 토로

강원상품권은 도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올해부터 발행한 일종의 지역화폐다. 지역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연 4조원에 달해 상권이 붕괴되는 현실을 보다 못해 만들었다. 좋은 제도도 현장으로 가면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 2일부터 시중에 유통돼 이틀 동안 도내에서 판매된 강원상품권은 120매, 236만원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본지 기자는 직접 강원상품권을 구매해 시중에서 써보며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사기도 쉽지 않은 상품권=4일 오전 5만원을 들고 판매대행기관인 농협을 찾았다. 춘천시 중앙로의 시지부부터 찾아 2만원을 내밀었다.

창구에서 상품권을 갖고 나온 은행원에게 온누리상품권과의 차이를 물으니 “온누리는 현금 구매 시 5% 할인이 있지만 강원상품권은 없다”고 답했다.

소요시간은 10분 정도. 효자동, 약사동, 온의동, 퇴계동의 단위농협 지점을 찾자 “강원상품권 판매 계획을 못 들었고, 구매하려면 중앙회로 가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중앙로의 강원영업본부 창구에서 강원상품권을 찾으니 은행원이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기자가 첫 고객이었던 것. 전산시스템 입력을 재차 확인하느라 20분이 걸렸고, 기자의 등 뒤로는 대기 고객들의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사용점 찾기도 현금 교환도 불편=1만원권 3장, 5,000원권 4장을 들고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춘천의 사용점 125곳 중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이다. '강원상품권 사용업체' 알림판을 내건 가게를 찾을 수가 없었다. 명동의 한 옷가게는 문 입구에 붉은색 알림판을 붙여 놓았지만 작아서 잘 보이지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사용점을 검색하며 다니는데 마치 '지도 찾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사용점인 순댓국집에 들러 국밥 2그릇을 시키고 1만원권 한 장과 5,000원권 한 장을 내밀었다. 사장인 김금자(72)씨는 “나중에 현금으로 바꾸러 또 농협으로 가야 하는데, 시간도 없고 다리도 아프다”라며 “2천원은 현금으로 달라”고 말했다. 5,000원권은 그냥 지갑에 넣었다.

■건설업계·유통업계의 걱정=지난해 12월14일 춘천에서 열린 강원경제단체연합회 이사회. 도가 경제인들에게 강원상품권 사용 확대 협조를 요청한 자리에서는 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대금의 7%를 강원상품으로 구매하도록 권하는데, 수억원 되는 강원상품권을 보관하는 것도 문제고 자재업체, 식당 등도 받으려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거래 은행이 농협이 아닐 경우, 구매 교환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도 말했다.

4일 취재에 동행한 20대 중반의 남자 수습기자에게 상품권을 주니 주머니에 넣었다. 스마트폰으로 결제해 지갑도 들고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디지털 결제에 익숙한 젊은 층들이 '지역경제를 위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할 공감대'를 가지려면 길은 멀고 멀어 보였다.

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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