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지역과 이어져 변수 많아 지자체 차원 치수 어려워
빗물펌프장도 10곳 불구 배수능력 춘천 5곳의 23% 수준
영서 집중호우, 영동 태풍 취약…국가 차원 방재 강화 필요
태풍과 집중호우마다 특정지역에서 수해가 반복된다는 점은 거꾸로 말하면 치수대책을 통해 어느 정도 대비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와 지자체 입장에서는 결국 수해 예상 지역을 이미 알고도 당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매년 수해 발생시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침수흔적도를 작성해 광역자치단체와 시·군 등에도 전달하기 때문이다.
본보 분석 결과 지난 30년(1990~2019년)간 수해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지역은 철원(31개 마을 침수), 강릉(29개), 삼척(21개), 영월(20개), 양양(17개), 춘천(15개), 평창, 원주(각 14개), 정선(12개) 순이었다.
2번 이상의 수해를 입은 지역은 철원이 7개 마을로 가장 많고, 삼척과 영월이 각각 4개 마을, 강릉 2개, 춘천 1개 마을 등 이었다. 철원은 1996년 장마, 1999년 태풍 닐, 올해 역시 장마로 인한 집중호우가 수해의 주요 원인이었다. 반면 강릉과 삼척은 2002년 태풍 루사와 지난해 미탁의 피해가 컸다. 영서는 장마철 집중호우, 영동은 태풍 피해에 취약함을 드러냈다.
수해는 피해 규모가 크고 이재민이 다수 발생하는 대형 재난이라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방재 책임과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전계원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배수펌프장을 만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경제성 문제로 무조건 많이, 크게 짓기는 어렵다”면서 “수해 반복지역은 우선 하천의 방재시설 등이 시설 기준에 적합한지 살필 필요가 있고 외국의 경우 국가 차원의 이주, 보험 확대 등의 대책도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보 분석 결과와 올해 수해에서도 드러났듯이 가장 수해에 취약한 곳은 30년간 16차례 범람한 철원 화강과 한탄강 수계다. 더욱이 철원지역의 수계는 북한 지역과 이어져 변수가 많아 지자체 차원의 치수가 어렵다. 이로 인해 한탄강과 화강을 비롯한 16개 지방하천의 국가하천 승격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도내 252개 하천 중 국가가 관리하는 하천은 8개(한강, 섬강, 북한강, 양구 서천, 소양강, 평창강, 원주천, 홍천강)뿐이며 나머지는 시·군 자체 역량으로 수해에 대비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치수 역량에 큰 차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철원에는 도내에서 가장 많은 10곳의 빗물펌프장이 있지만 배수능력은 10개를 모두 합해도 분당 450㎥로 5곳을 운영 중인 춘천(분당 1,955㎥)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강릉 역시 빗물펌프장이 1곳뿐이며 도내 9개 지자체는 이 같은 시설을 보유하지 못했다.
김경남 강원연구원 사회환경연구실장은 “침수는 산사태와 달리 언제든 특정지역에 반복 발생할 수 있다. 지형적으로 방재가 어려운 곳은 과감히 생태적 가치를 되살리는 방향으로 복원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기영기자 answer07@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