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이면 동해안 해수욕장에 차가 빼곡하다. 피서철의 열기가 느껴지는 게 여름이 시작됐나 보다. 그렇다면 여름 시즌, 강원도의 음식과 함께 즐길 만한 와인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바닷가=회, 오징어, 대게, 문어 등
해산물엔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는 말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 페어링도 해산물의 종류에 따라 실패하기도 성공하기도 한다. 오히려 가메(Gamay), 피노누아(Pinot Noir) 같은 가벼운 바디의 레드 와인은 대게나 연어같이 풍미가 강한 해산물, 생선류와도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결국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은 단순 해산물엔 화이트, 고기엔 레드보다 상호 균형이 핵심이다. 오죽했으면 마리아쥬(Mariage·결혼)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을까? 예를 들어 재료 본연의 맛이 중요한 생선회는 오크 숙성을 하지 않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피노 그리(Pinot Gris), 리슬링(Riesling) 품종 등과 궁합이 좋다. 그리고 조리법에 따라 풍미가 강화되는 오징어, 대게, 문어 등은 오크 숙성한 샤르도네(Chardonnay)나 가벼운 바디의 레드 와인과 잘 어울린다. 함께 찍어 먹는 소스로는 매운 감이 느껴지는 초장보단 짠맛이 있는 간장이 좋지만, 이론적인 궁합보다는 개인 취향이 더 우선이다. 아름다운 핑크빛 로제와인 한 병이 그 어떤 음식보다 바닷가와 잘 어울릴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캠핑장=소고기, 돼지고기 등
바다가 아닌 캠핑장으로 떠났다면 저녁 메뉴로 고기가 빠질 수 없다. 기름진 고기에는 레드 와인이 찰떡궁합이지만 의외로 샴페인과도 궁합이 좋다. 특히나 오크 숙성한 화이트 와인을 기본으로 만든 샴페인이라면 더 좋겠다. 돼지고기 같은 경우도 화이트 와인과 궁합이 좋은데 오크 숙성한 샤르도네나 무거운 바디의 비오니에(Viognier) 등을 매칭하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리슬링(Riesling)과 돼지고기의 페어링도 좋았는데 리슬링의 높은 산도가 돼지고기의 기름진 맛을 깨끗하게 잡아주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반전의 묘미로 한번 추천해보고 싶다.
레드 와인에는 타닌이라는 입안을 조여드는 느낌의 성분이 있다. 그런데 이 타닌이 고기의 기름기와 만나면 마시기 편하게 부드러워지며 고기 맛은 살려주는 마법을 부린다. 이 타닌 성분은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네비올로(Nebbiolo), 말벡(Malbec) 등의 품종에 많이 들어 있으니 캠핑장에서 바비큐 계획이 있다면 꼭 챙겨야 할 1순위 레드 품종이다.
와인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사람의 입맛도 각양각색이다. 더운 여름 휴가철, 음식 페어링에 너무 집착하기보다는 시원한 샴페인, 화이트에 고기도 즐기고 조금 차갑게 레드 와인을 마셔보는 건 어떨까? 꼭 18도에 맞추지 않아도 강원도의 풍경과 함께라면 분명 행복한 추억이 될 것이다.
■정한호 대표는
강릉에 위치한 와인 뉴미디어 스타트업 '콜라블(Collable)'의 대표를 맡고 있다. 콜라블은 올 5월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강원도립대가 주최한 '2021년 G-스타트업 예비창업패키지' 프로그램에서 예비창업 기업으로 선정됐다. 주요 사업은 와인 미디어 구축과 교육 및 행사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