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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권혁순칼럼]‘임대차 3법' 축소·폐지의 역설

논설주간

2020년 7월부터 시행, 7월에야 2년

정책 효과 나타나기까지는 시간 걸려

부작용은 수정하되 점진적으로 개편해야

정책학의 시조로 불리는 미국의 정치학자 해럴드 라스웰은 1951년 ‘정책 지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서 ‘정책은 세상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는 데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를 본 라스웰은 정책이 인류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고민하며 정책학을 체계적인 학문으로 정립했다.

결국 정책학은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인간의 삶을 더 좋게, 혹은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특히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진지한 참여와 토론은 명품 정책을 만드는 필수요건이다.

과학자들은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엄밀한 실험을 한다. 신약의 치료 효과를 보기 위해 무작위로 환자들을 두 집단으로 뽑아 각각 신약과 가짜 약을 투입해 효과를 비교하는 ‘무작위 대조실험'을 한다.

그러나 사회과학에서는 어떤 정책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실험으로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과학자들은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가지고 다양한 통계기법으로 왜곡되지 않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이종화, 보고 싶은 것만 본다면, 2017년).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정책이 객관적 검증을 거치지 않고 여과 없이 결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임금을 인상하면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은 이론적으로는 근거가 있다. 가계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임금을 높이면 가계소비가 늘고, 그로 인해 수요가 촉진돼 생산을 유발하고 다시 소득이 늘어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많다. 실제로 효과를 뒷받침하는 증거도 부족하다. 임금은 가계소득이지만 동시에 기업의 비용이다. 비용 상승은 기업 투자와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다. 정책을 선택할 때 많은 자료를 보고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 정책은 많은 국민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국가의 장래를 결정한다. 잘못된 정책의 후유증은 그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언덕을 오르면 시야가 달라지고 생각과 판단도 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동안 정부 정책은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선거 공약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국가 미래에 치명적인 영향을 초래할 정책들이 소통 없이 결정되는 조급함을 보였다. 한국보다 훨씬 준비되고 여건이 좋았던 독일도 탈원전 공론화에 25년이 걸렸고 스위스는 33년간 국민투표를 다섯 번이나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른바 ‘임대차 3법'의 폐지나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임대차 3법 전면 재검토' 공약을 실행하겠다는 뜻이다. 세입자 보호와 주거 안정 등을 위한 임대차 3법은 계약갱신 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를 도입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부동산거래신고법이다.

2020년 7월부터 시행돼 올 7월에야 2년을 맞는다. 물론 부작용이 있었다. 전세는 없어지고 전셋값은 폭등, 대란이 빚어졌다. 그렇다고 법을 서둘러 유턴시키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즉, 계약갱신 청구권을 급하게 없애면 계약만료가 임박한 세입자들은 가격급등과 매물 감소로 피해를 본다.

현재의 전세난 중 임대차 3법이 원인이 된 부분을 정밀하게 찾아 수정하되 점진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현실에 정제되지 않은 정책 발상으로 국민에게 짐을 지워서는 안 된다. 경제 정책은 전투하듯 때려잡기 식으로 수립하면 곤란하다. 어설픈 정책은 부작용이 그만큼 커질 수 있어서다.

움직이는 좌표를 맞히려면 같은 속도로 움직이며 궤도 수정을 해야 한다. 고정된 과녁보다 훨씬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임대차 3법 정책'이 ‘비정상'이므로 모두 뒤집겠다거나 단기성과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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