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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강원대 LINC 3. 0 사업단 '현판(懸板)을 걸다'

박동환 강원대 산학협력중점교수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고려 유현(遺賢) 72명을 등용하고자 했지만 이들은 태조의 부름을 거절하고 두문동(杜門洞)이라는 산골짜기에 한데 모여 세상과의 인연을 끊었다. 이들 모두 화형을 당했는데, 그 이후로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 행동을 일컫는 말로 ‘두문불출’이 여기서 비롯되었다. 훗날 영조는 어필(御筆)로 이들을 치하하는 비(碑)를 세웠고, 정조 또한 절개의 표상이란 뜻으로 표절(表節)이란 현판(懸板)을 하사하였다.

조선 성종실록에도 현판에 관한 기록이 있다. 성종 10년, 출세를 마다하고 어버이 봉양에만 힘 쓴 청주 선비 곽승의란 자가 있었다. 그는 살고 있는 당(堂)의 현판을 인지(仁智)라 새겨 넣고, 인지당곡(仁智堂曲)이란 노래까지 지어 어버이를 위해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부모를 여의고도 몇 해를 현판 앞에서 어버이를 추모하고 떠받드니 백성들이 크게 감동하여 그의 효심이 경국대전의 표상으로 기록될 정도였다.

현판은 건축물의 문이나 대청 위에 글씨를 새겨서 걸어 놓은 널을 말한다. 흔히 당호(堂號)라 하여 그 건물의 성격을 알리는 데, 그 역사가 삼국시대부터 전하여 진다.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無量壽殿), 남대문의 숭례문(崇禮門)이 좋은 예이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당대의 덕목이나, 준엄한 명령, 유명 싯구(詩句) 등이 다양하게 목각되었다. 당시에는 현판을 고관대작이나 만지작거릴 정도였으니 일반 백성이 보기엔 권위의 상징이나 다름 아니었다. 각양각색의 현판을 누구나 설치할 수 있는 오늘날의 세태와는 거리가 멀었다.

강원대학교 LINC+사업단이 ‘LINC 3.0 사업단’이라는 새 옷으로 갈아 입었다. 지난 10년간 입었던 옷이 불편하거나 남루해서가 아니다. LINC 사업의 우수한 성과를 발판 삼아 “미래사회 변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융합인재 양성과 기술혁신선도형 대학으로 거듭나라!”는 교육부의 주문이 여러 차례 있었다. 기술혁신선도형 대학은 전국에서 열세개만 선정되었을 만큼 거점 국립대인 강원대학교의 위상이 한층 강화된 것은 물론, 지역산업의 고도화와 산학연 생태계 조성이라는 막중한 임무까지 수행하게 되었다. 일 잘하라고 앞으로 6년간 330억원의 예산도 지원된다.

지난 2일 강원대학교 LINC 3.0 사업단은 출범식을 갖고 ‘LINC 3.0’의 현판도 내걸었다. 강원도 내 각급 기관장들이 돛을 올리고 출항의 힘찬 고동을 울리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었다. LINC 3.0 사업단의 키를 쥔 최성웅 산학연구부총장은 “지역과 대학, 산업을 함께 성장시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데 온 힘을 쏟겠다”고 인사에 갈음했다. 기술 수요기반 지원체계로 강원대학교의 특화브랜드인 ICC(기업협업센터) 발대식도 이날 함께 열렸다. 바이오와 의료기기, 차세대에너지 및 전략광물자원, 데이터 리터러시 등 강원도에 특성화된 주요산업 다섯 분야를 중점 육성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주어진 것이다.

새로운 현판을 내걸고 출항의 힘찬 고동도 울렸으니 강원대학교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오직 정진하는 일이다. 지역산업 발전에 꼭 필요한 인재들을 키워내고, 도내 기관·기업·대학들과 협업하고 공유하여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줘야 할 때이다. 도내 시·군마다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하는 계기가 필요한데 강원대학교가 그 계기를 마련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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