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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호등]신영극장 앞에서 만나

이현정 문화부 기자

올 1월 설을 앞두고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익숙한 ‘어려운 상황’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극장 관계자에게 건 전화에서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자체 보조금이 전액 삭감돼, 갖고 있는 자금으로는 2월 말까지만 버틸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관계자는 후원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회의적이라고도 덧붙였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강원도에 하나밖에 없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다.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에서 볼 수 없지만 매주 새롭게 개봉하고 있는 다양한 영화를 상영한다. 강원도민으로서는 전용관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강릉에 거주하지 않는 이로서는 부러운 일이다. 극장은 오래된 강릉의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과거 신영극장은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만남의 장소였지만 멀티플렉스 영향으로 2009년 문을 닫았는데, 시민들의 노력으로 2012년 다시 문을 열었다. 강릉 시민들에겐 ‘신영극장 앞에서 만나’라는 말이 익숙하단다.

설이 지나고 극장을 운영하는 비영리민간단체 강릉씨네마떼끄가 후원캠페인 ‘신영을 부탁해’를 시작했다. 강원도와 강릉시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청해뒀지만 당장 급한 돈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후원캠페인 일환으로 ‘씨네토크’도 이어졌다. 지난 11일엔 배우 전여빈이 고향 극장을 지키기 위해 캠페인에 동참, 영화 애프터썬 씨네토크에 참여했다. 그는 “독립예술영화는 상업 진영에서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야깃거리들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독립예술영화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극장을) 어떻게든 지키고 싶고 나아가 더 확장시키고 싶다”고 했다. 구구절절 공감가는 말이다.

30일 강릉씨네마떼끄는 3월까지 목표로 했던 4,000만원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시민들의 마음이 조금씩 모인 결과였다. 기쁜 일이다. 극장은 미뤄뒀던 공간 임차료와 영사 장비 대여료를 낼 수 있게 됐다. 한시름을 놨다. 그런데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한다고 해도 내년엔 올해 같은 일을 겪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해법을 묻고 다녔다. ‘시민들의 관심과 지자체 지원’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중 극장이 홀로 설 수 있다는 이들의 생각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극장을 지원하는 일을 다양한 문화를 위해 지켜야 하는 하나의 규칙으로 봐달라는 조언이었다. 관객의 사랑이 필요한데, 독립예술영화가 어렵다는 선입견이 많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본 독립예술영화들은 아니었다. 운동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과 쑥불 향을 맡으며, 스크린 뒤로 지나가는 기차와 함께 영화를 보던 강릉 정동진독립영화제, 이웃들과 옹기종기 모여 ‘나는보리’를 보던 춘천 만천리마당영화제는 영화가 건네는 다양한 이야기를 건지고 생각을 넓힐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러니, 신영극장 앞에서 만나자. 독립예술영화 한 편을 보자. 신영극장 블로그에 가면, 후원인들의 한 마디를 볼 수 있다. ‘시원한 바다와 따뜻한 관객들 눈빛이 교차하는 강릉 신영 꼭 지켜주세요!’같은 저마다의 응원을 훑어보면서, 신영극장과 문화예술계의 어려움이 더이상 익숙한 일이 아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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