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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언중언]'라면 너마저'

우리나라에 처음 라면이 등장한 것은 1963년 9월15일이다. 강원도 향토기업인 삼양식품의 창업주인 고(故) 전중윤 회장이 선보인 10원짜리 ‘삼양라면’이었다. 철원 출신인 전 회장은 1960년대 초 남대문시장을 지나다가 서민들이 미군부대 음식 찌꺼기로 만든 5원짜리 ‘꿀꿀이죽’을 사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식량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일본에서 라면 제조기술과 라면 제조기 2대를 들여와 삼양라면을 10원에 내놨다. 짜장면 한 그릇이 20∼30원, 김치찌개가 30원 하던 시절이었다. ▼만화 ‘검정고무신’의 주인공 기영이가 라면을 먹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에피소드에서 엿볼 수 있듯 먹거리가 부족했던 1960~1970년대 라면은 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양식이었다. 지금은 누군가의 아버지와 어머니,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50~60대 중에는 석유곤로에 올라앉아 까맣게 그을린 양은냄비 안에서 팔팔 끓고 있던 라면에 대한 추억을 하나둘쯤 갖고 있다. 라면을 소울푸드(Soul Food)로 여기는 이도 많다. ▼6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라면은 일본의 ‘라멘’을 앞질러 전 세계에 ‘K-라면’ 열풍을 불러 모으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을 포함한 즉석 면류 수출액은 8억6,2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2% 증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해외 공장을 통해 생산된 라면 매출까지 포함하면 10억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로 멕시코 바칼라르에서 촬영한 ‘서진이네’는 외국인들의 ‘라면’에 대한 관심과 호감을 한눈에 보여줬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줄리어스 시저’에서는 ‘부르투스 너마저’라는 명대사가 나온다. 철석같이 믿었던 부하 부르투스의 칼을 맞고 죽으며 시저가 남긴 말이다. 서민들을 위해 탄생한 라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라면 물가 상승률은 13.1%로 2009년 이후 최고를 기록, 한 봉지 1,000원 시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라면 너마저’라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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