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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30년째 인구증가…‘사진이 가장 잘 찍히는’ 日 시골마을의 기적

(6)일본 홋카이도 히가시카와
인구 8천 작은마을이지만 매년 전입인구 꾸준히 증가
일본 최초·유일 공립 일본어 학교…외국인 500명 유치
사진을 특산품으로 내세워, 사진마을로 전국에 유명세
주민 간 관계 중시한 ‘히가시카와 스타일’ 표현도 등장

◇히가시카와 주민 커뮤니티 센터인 센토퓨어의 도서관. 권태명기자

일본에는 ‘히가시카와 스타일’이라는 표현이 있다. 2020년 출간, 한국에서도 번역된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히가시카와정은 일본 홋카이도 내륙 다이세쓰잔(대설산) 국립공원 인근에 위치한 인구 8,600여명의 소도시다.

히가시카와 스타일은 한 마디로 정의되지 않는다. 워낙 다양하고 독특한 히가시카와만의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히가시카와는 일본 전역에서 사진이 가장 잘 예쁘게 찍히는 도시로 유명하다.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보유한데다 1985년 사진마을 조례를 제정한 이후 꾸준히 ‘사진마을’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며 지금은 ‘대명사’처럼 굳어졌다.

또 일본 전역에서 유일하게 상수도가 없고 주민들은 물값을 내지 않는다. 해발 2,291m 다이세쓰잔의 눈이 녹아 생성된 깨끗한 자연수를 사용하고 있다.

히가시카와정은 이미 급속한 초고령화가 진행중인 일본 내에서도 30년째 인구가 늘고있다.

특히 일본의 정(町·우리나라의 읍·면과 유사한 규모이지만 지방자치단체 권한을 갖고 있음)이 통상 연간 사용하는 예산의 3배 이상을 쓴다. 히가시카와의 1년 예산은 한화로 약 1,300억원으로 동급 지자체의 연 평균 예산(400억~500억원)보다 3배 가량 쓴다. 공격적인 투자와 국비 확보를 통해 지역소멸에 대응하고 있다.

◇히가시카와정은 마을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의자를 선물하는 ‘너의 자리 프로젝트’라는 정책을 펴고있다. 권태명기자
◇히가시카와 초등학교는 복도와 교실을 나누는 벽이 없다. 같은 마을주민인 학생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벽을 제거하고 단층으로 설계했다. 권태명기자

■30년째 인구증가…한해 수백명 이주=히가시카와의 인구는 1993년 7,063명이었으나 2022년에는 8,601명으로 1,538명 증가했다. 최근 5년만 봐도 322명 늘었다. 30년째 완만하지만 인구 상승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물론 히가시카와 역시 고령화 현상은 피해가지 못했다. 1993년 이후 히가시카와에서는 2,596명이 숨진 반면 출생아는 1,501명에 그쳤다. 인구 증가를 이끈 비결은 타 지역에서의 ‘이주’ 였다. 30년간 1만4,437명이 외부에서 히가시카와로 유입됐고 유출 인구는 1만2,095명이었다. 꾸준한 전입자의 증가가 인구 순증을 이끌어냈다. 또 인구 8,500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등록 외국인은 517명이나 된다.

일본 최초이자 유일한 공립 일본어 학교를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기숙형 일본어 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은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주민들의 애향심도 남다르다. 히가시카와정의 행정 자체가 주민들이 지역에서 편안함과 유대감, 소속감을 느끼는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히가시카와정은 마을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유명 목공예 작가들이 작업한 의자를 선물하는 정책이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배경에는 히가시카와가 목재와 목공예로 유명하다는 점도 있지만 ‘네가 마을을 떠나더라도 항상 너의 자리가 있다’ 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중학교를 졸업하면 3년간 학교에서 사용한 목제의자를 집으로 가져가는 전통도 있다. 히가시카와의 주력 산업이자 특산물인 가구산업과 목공예에 대해 자연스럽게 애정을 갖도록 한 것이다. 학생들은 학창 시절 교과목으로 가구의 유지와 보수에 대해서도 배운다.

히가시카와 초교는 380명이 재학중으로 학교 건물은 무려 길이 270m의 단층으로 이뤄져 있다. 더욱이 복도와 교실을 나누는 벽이 없다. 옆반에서 무슨 수업을 하는 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교실이 개방돼 있다. 기상천외한 학교 건물 설계의 목적은 같은 학교 동문이자 이웃 주민인 학생들 간 ‘유대’였다.

야치 유키 히가시카와정 문화교류과 주무관은 “학교의 층이 나뉘면 같은 층의 동급생끼리만 교류하게 된다”면서 “층을 없애고 벽을 허물어 1학년부터 6학년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히가시카와 주민 커뮤니티 센터인 센토퓨어를 이용중인 주민들. 권태명기자

■사진이 특산품…일본 유일 ‘사진마을’=히가시카와정의 대표 브랜드는 단연 ‘사진마을’이다. 히가시카와는 1985년 사진의 마을을 선포하고 조례를 제정했다.

히가시카와 마을의 목적을 “사진으로 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사진으로 담기 좋은 사람 만들기, 사진으로 담기 좋은 물건 만들기”로 명시하고 있다. 마을의 경관과 전통, 살기좋은 인심과 친절, 우수한 가구 및 목공예품 등의 생산 등 마을의 목표가 사진이라는 브랜드에 모두 담겨있다. 히가시카와는 동강사진마을이라는 브랜드를 갖고 있는 영월군과 우호도시 관계이기도 하다.

여름에 열리는 히가시카와 국제 사진페스티벌은 올해 39회째로 유명 사진 작가는 물론 매년 2만명 이상이 꾸준히 찾고있다. 올해 30회 대회를 연 사진고시엔(고교 사진 선수권대회)은 히가시카와를 전국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전국 예선을 통과한 18개 학교 대표선수들이 히가시카와에 모여 경쟁을 펼치는 대회다.

8년전부터는 전 세계 고교생들을 초청해 국제 사진 유스페스티벌도 열고 있다. 주민들은 이들을 위해 촬영장소를 제공하거나 모델이 되기도 한다. 더욱이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의 사진 인증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히가시카와 사진마을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1980년대 일본 정부는 각 지자체별로 특산품을 선정해 홍보하는 정책을 펼쳤다. 마을별로 다양한 먹거리, 농산품, 공산품 등을 홍보했지만 히가시카와는 대자연을 간직한 마을의 장점을 살린 사진을 특산품으로 홍보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전국 어디에도 없는 특색있는 생각은 당시 카메라의 유행을 타고 일본 전역에 알려질 수 있었다. 히가시카와의 사진마을 선언에는 ‘축복받은 대지와 너른 마음으로 전 세계인에게 열린 마을’이라는 소개가 등장한다.

오카모토 후지이 히가시카와정 기획총무과장은 “1980년대 일본은 지역 활성화를 위해 1지역 1특산품 정책을 펼쳤고 우리 마을은 자연이 가장 큰 자랑이라 사진을 선택했다”면서 “마침 카메라가 보급되던 시기라 반응이 좋았다. 근래 스마트폰의 보급과 SNS의 등장으로 사진이 다시 주목을 받게되는 등 운도 많이 따랐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강원특별자치도 지역 언론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 받아 취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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