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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종홍칼럼]총선 사전투표, 현명한 판단으로 미래 결정을

2020년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율 40% 넘어
‘정권심판론’ 대 ‘거대 야당 심판론’ 속 대결 치열
확증편향·군중심리 아닌 올바른 판단이 중요

◇박종홍 논설위원

반칙 선거 횡행은 유권자 탓

제22대 총선은 집권 3년 차를 맞게 되는 윤석열 정부의 중간 평가이자 차기 대선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누가 웃느냐에 따라 국회 운영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의 향후 국정 운영 등 정치권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선거일인 오는 10일까지는 아직 1주일이 남았지만 사전 투표가 5, 6일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틀 후면 선거가 시작된다. 사전투표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20년 21대 총선부터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등 주요 전국 선거 때마다 최종 투표율 대비 사전투표 비율이 40%를 넘었다. 사전투표에서 승리하면 본투표에서 이길 확률이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여야의 대결도 치열해지고 있다. ‘정권 심판론’ 대 ‘거대 야당 심판론’이라는 두 명제가 충돌하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막말정치, 선동정치 등으로 상대방을 향한 흠집 내기에 급급해 정책이 실종된 선거이기도 하다. ‘정치의 9할이 말’이라고 한다. 어젠다를 선점하고 언어의 유통을 장악하는 싸움이라고 하더라도 지금의 현실은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이런 반칙 선거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하겠지만 유권자 탓일 수 있다는 점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우리나라 선거에서 네거티브 선거 전략이 먹혀드는 것은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의 영향이 크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이다. 즉, 논리적·분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동안 자신이 품어 온 신념이나 편견으로 판단해 버린다는 게 골자다. 이성에 앞서 감정이 먼저 개입된다는 얘기다. 이미 편싸움으로 번진 우리의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할 때 후보자의 선거공약이나 치적을 따지기보다는 평소에 느꼈던 감성적 판단으로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닌지 투표에 앞서 되돌아 볼 일이다. 프랑스의 저술가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는 가장 유명한 군중심리 이론서다. 핵심은 "군중 속의 개인과 단독의 개인은 완전히 다른 특성을 띤다, 단독의 개인은 개성을 유지하지만 군중이 된 개인의 개성은 소멸되고 소속된 인간집단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 엘리트들조차 집단을 이루면 군중의 부정적인 특성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아돌프 히틀러나 이오시프 스탈린 등의 정치인들은 대중을 선동하려고 군중심리를 읽었다.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 이론을 연구하고 이용하면서 나온 방법들이 ‘흑색선전(마타도어)’과 ‘여론조작’이다. 유권자에게서 나타나는 군중의 속성은 빈약한 사유능력, 비판정신의 결여, 쉽게 흥분하는 성질, 잘 믿는 경향, 단순함 등이다. 군중심리에 편승해 민주주의나 자유주의 정신을 흔들고 오히려 사회적 혼란을 유발하는 투표에 동참하고 있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한 선거가 아니다.

좋은 후보 가려내야 미래 기대

군중심리와 확증편향이 판치는 분위기라면 후유증 또한 엄청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이 다시 대립과 분열의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 가장 큰 걱정이다. 한국 정치는 그동안 유권자의 기억력은 1주일을 가기 어렵다고 믿는 행태를 종종 보여 왔다. 그저 ‘선거는 승자 독식’이라는 천박한 권력관에 사로잡혀 지역감정을 들쑤시고 계파나 들먹이며 허무맹랑한 장담만 일삼기도 했다. 이번 총선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말 바꾸기와 거짓말 구사에 익숙해져 온 정치판의 기승이 극에 달한 환경 속에서 치러진다. 유권자들이 두 눈을 부릅뜬다고 하더라도 올바른 선택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말과 행동의 진위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독재자에 맞서는 법’의 저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레사는 “우리는 2024년 말까지 민주주의가 살 것인지 죽을 것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질지 어두워질지 판가름 날 수도 있는 중요한 투표다.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이 더욱 절실해졌다. 국회의원을 잘못 뽑으면 안개처럼 불확실한 시대에 우리의 미래는 더욱 암담해진다. 좋은 후보자, 제대로 된 후보자는 누구일까. 후보자를 가리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그래도 선별해 내야 미래를, 희망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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