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동부 해안에서 25년만에 가장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9명이 숨지고, 1천11명이 다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143명은 건물과 터널에 고립돼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진 여파로 대만은 물론 지진 발생 지역에서 700여㎞ 떨어진 일본 오키나와에도 최대 3m 높이의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3일 오전 7시 58분(현지시간) 대만에서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EMSC에 따르면 지진은 대만 동부의 인구 35만명의 도시 화롄(花蓮)에서 남동쪽으로 7㎞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20㎞로 일단 관측됐다.
EMSC는 애초 지진의 규모를 7.3으로 밝혔다가 7.4로 수정했다. 10여 분 뒤에는 규모 6.5의 여진이 이어졌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도 규모를 7.4라고 밝혔지만, 진원의 깊이는 34.8㎞라고 전했다. 일본과 중국 기상 당국은 각각 규모 7.5, 규모 7.3으로 관측했다.
대만 중앙기상서는 규모 7.2에 진앙은 북위 23.77도, 동경 121.67도 라고 밝혔다. 이는 규모 7.6의 지진으로 2천 명 넘게 숨진 1999년 9월 21일 발생한 지진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지진 여파로 대만에는 쓰나미 경보가 내려졌고, 일본 오키나와현에서도 최대 3m 높이의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일본 NHK방송 화면에는 '대피'라는 긴급 알림이 떴고 앵커는 "쓰나미가 오고 있습니다. 즉시 대피하세요. 멈추지 말고 돌아가지도 마세요"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강진에 따라 타이베이에서도 강한 진동이 느껴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이 됐다고 전했다.
대만 현지 방송사들은 지진으로 건물 최소 26채가 무너졌고,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에 갇혔다는 속보를 앞다퉈 내보냈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건물이 무너져 주차된 오토바이들이 깔린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방이 크게 흔들리고 물건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사망자 가운데 3명은 아침 하이킹에 나섰다가 바위에 깔려 변을 당했고 다른 한 명은 산사태에 매몰된 트럭 운전사였다.
당국에 따르면 완전히 무너진 최소 2채를 비롯해 지진에 파손된 건물이 125채에 달한다.
현재 구조 당국은 건물속에 갇혀있는 77명에 대한 구조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혀 사상자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화롄시 당국은 건물 잔해 아래에서 50여 명을 성공적으로 구출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생한 대만 강진의 영향으로 오키나와현에 쓰나미 경보가 내려지자 한국에서 오키나와를 오가는 노선 운항이 잇따라 지연되고 있다.
한편, 이번 강진으로 대만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일부 생산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직원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TSMC는 이날 지진 직후 성명을 통해 일부 반도체 제조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직원들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TSMC는 "회사의 안전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일부 팹(fab·반도체 생산시설)에서 회사가 마련한 절차에 따라 직원들을 대피시켰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이번 지진의 영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TSMC는 이후 "현재 모든 직원은 안전하다"며 "대피했던 직원들이 복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대만 2위의 파운드리업체인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는 신주과학단지와 타이난(臺南)에 있는 일부 공장의 가동을 멈췄으며, 직원들도 대피시켰다.
TSMC와 UMC, 세계 최대 반도체 후공정업체인 ASE 테크놀로지 홀딩 등 대만 반도체기업의 생산시설들이 지진에 매우 취약해 공장 대부분이 진앙의 반대편 해안에 있는데도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전 세계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관련 첨단 기기에 들어가는 최고 사양의 반도체 80∼90%를 공급하는 대만에서 발생한 이번 강진이 향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미칠 파장에도 전세계가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