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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한 총리, '의대 신입생 자율모집' 6개 국립대 총장 건의 수용

"의료현장 갈등 해결의 실마리 마련하고자 결단" 특별 브리핑 통해 발표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과대학 증원관련 특별 브리핑에 참석해 거점국립대 총장들이 건의한 의대 정원 조정 건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속보=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2개월째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19일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일부 조정할 수 있게 하자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했다.

앞서 김헌영 강원대 총장을 비롯해 경북대, 경상국립대, 충남대, 충북대, 제주대 등 의대 증원을 배정받은 6개 국립대 총장이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의 50~100% 내에서 자율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하게 해달라는 건의문을 전날 정부에 전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를 논의한 뒤 특별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전향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의대생을 적극 보호하고, 의대 교육이 정상화되어, 의료현장의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하나의 실마리를 마련하고자 결단을 했다"며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금년에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 이상 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말했다.

정부에 건의문을 전달한 6개 국립대 총장은 “최근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대학 사회의 갈등과 불안이 증폭되고 학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업에 복귀하지 않는 학생이 상당수에 이르는 초유의 사태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일정과 관련해 남은 시간이 길지 않아 권역별 공공의료·필수의료 인재 육성을 위한 역할과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 국립대학이 직접 나서게 됐다”고 건의 배경을 밝혔다.

이어 “정부는 학생들 보호를 위해 책임을 다하고 재정지원과 함께 의학교육 선진화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총장들의 제안을 받아들임에 따라 내년 의대 증원 규모는 당초 계획대로 최대 2천명이 될 수도 있고, 증원된 모든 대학이 일제히 50%로 줄여서 모집할 경우 1천명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

정부는 2천명 늘린 정원을 5년 이상 유지해 2031년부터 매년 2천명씩 의사를 배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상황에 따라 내년 이후 증원 규모도다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제안은 의대 학장이나 의대 교수들이 아닌 총장 명의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총장들과 대학 본부 측은 그동안 각 대학의 의대 증원을 주도해왔다. 의대 학장과 교수들의 반대에도 대학 본부 측은 학교의 위상이나 의대 교육의 효율성 등을 고려해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한 의정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의대 학사 파행이 장기화하자 대학 본부 측도 결국 부담을 느낀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6개 국립대 총장의 건의를 정부가 수용하면서 대학들은 학칙을 개정, 의과대학 신입생 모집정원을 확정하면서 2025학년도에는 얼마만큼의 신입생을 선발할지 결정하게 된다.

학칙을 개정하려면 개정안 공고와 이사회 심의·의결 등 학교별로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대학들은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이달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하게 된다.

대학들이 학칙을 개정해 정원을 확정하고 대교협이 변경된 2025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하면 각 대학은 5월 31일까지 누리집에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요강'을 공고하게 된다.

교육계에서는 9월 9일 시작하는 고3 수험생의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모집정원이 확정되지 않아 대학은 물론 수험생·학부모들의 혼란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재외국민 전형의 경우 이보다 두 달 이른 7월 8일부터 원서를 접수한다.

특히 의대의 경우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치대·약대·한의대 등 다른 '메디컬 계열'과 이공계열 합격선은 물론, 'N수생 유입 규모' 등 입시 판도를 통째로 뒤흔들 수 있는 변수다.

사진=연합뉴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학부모·수험생이 입시를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끔 대교협 등 '학교 협의체'가 입학연도 개시 1년 10개월 전까지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공표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고3 학생들의 입학정원은 이미 지난해 4월 발표됐고, 이달 말에는 올해 고2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2026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발표될 예정이다.

다만,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정원 조정이 필요하거나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대교협 승인 등을 거쳐 시행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의대 정원도 이러한 절차를 밟아 시행계획에 새로 반영된다.

교육계에서는 모집요강이 공고된 뒤에는 선발인원을 조정할 경우 학부모·수험생이 큰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확정의 '마지노선'을 다음 달 말로 보고 있다.

대학별 의대 입학정원이 결정되면 각 대학은 심의, 의결, 공고 등의 수순을 밟는 것을 서두르는 등 절차 진행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의사들은 일제히 "수용 불가"의 목소리를 냈다.

단순히 증원 규모를 줄이는 게 아니라, '원점 재검토' 즉 의대 증원의 전면 백지화를 받아들여야만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이라는 얘기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은 "전보다는 나은 스탠스(입장)이긴 하지만, 의협이 움직일 만한 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며 "이번 제안은 결국 국립대 총장들조차도 (증원으로) 의학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거라는 걸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원 49명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해 폐교한 서남대 의대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총장들 제안만으로는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은 페이스북에 "기껏 생각한다는 게 허수아비 총장들 들러리 세워 몇백명 줄이자는 거냐"며 "'잘못된 정책 조언에 따른 잘못된 결정이었다. 원점 재검토하겠다'라고 하는 것밖에는 출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 역시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며 사직서 제출을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관계자는 "백지화 상태에서 정원에 대해 논의하자는 입장은 처음과 같다"며 "증원이 어떤 데이터에 근거해 나온 숫자가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원이 줄어도 사직서 제출이나 진료 축소 철회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의교협과 별도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도 "정부가 계속 과학적 근거 이야기를 했는데, 이런 식의 조정에 과학적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정부 주장과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2천명 증원에 근거가 없으니 원점에서 근거를 만들자는 게 우리 입장인데, 갑자기 '이 정도면 적당하지 않냐'고 하며 조정하는 건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숫자 조절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며 "어차피 전공의들은 복귀 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