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개전 39일 만에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을 조건으로 2주간 휴전에 합의한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여전히 완수해야 할 군사적 목표가 남아 있으며 언제든 다시 전쟁에 돌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8일(현지시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스라엘에는 완수해야 할 목표가 더 많이 남아 있다"며 "합의를 통해서든, 혹은 다시 시작될 전투를 통해서든 우리는 반드시 그 목표들을 달성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그는 "언제든지 다시 전투에 복귀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우리의 방아쇠에도 손가락이 걸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이 미국과 이란의 휴전 상황과 관계없이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군사적 움직임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란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대상 레바논 군사작전에 대해선 "휴전 합의에 헤즈볼라는 포함되지 않는다. 계속 그들을 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헤즈볼라가 절대 안전하다고 믿었던 장소를 포함해 100개의 목표물을 단 10분 만에 초토화했다"며 "이번 공격이 2024년 '무선호출기(삐삐) 폭발 작전' 이후 헤즈볼라가 입은 가장 치명적인 타격"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이제 레바논과 시리아, 가자지구 등 적진 깊숙한 곳에 '보안 구역(Security zones)'을 확보했다고 과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군사 작전이 단순히 무기 파괴에 그치지 않고 이란 정권의 통치 기반을 흔들었다면서 혁명수비대의 자금줄 차단과 이란 해군 자산과 미사일 기지, 군용 항공기, 지휘 본부 초토화 등 성과를 언급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년간 이란을 상대로 벌인 두 차례의 전쟁이 아니었다면 이란은 이미 오래전에 핵무기를 보유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란 내 모든 농축 우라늄을 국외로 반출해야 한다"며 "합의를 통해서든, 아니면 다시 시작될 전투를 통해서든 반드시 관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격적인 휴전 합의에 대해선 "이스라엘과 사전에 완벽하게 조율된 결과다. 미국은 마지막 순간에 우리를 놀라게 하지 않았다"라며 일각에서 제기된 '패싱' 의혹을 일축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매일 통화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나의 친구 도널드"라고 칭했고 "우리의 긴밀한 우정이 중동의 얼굴을 바꾸고 있다"고 감사를 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휴전 합의가 이란의 완패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은 그 어느 때보다 약해진 상태에서 미국과 협상에 임하고 있다"면서 "군사적 압박에 밀린 이란이 경제 제재 해제, 피해 배상금 지급, 전쟁의 영구 종식, 레바논 내 휴전 등 주요 요구 사항을 모두 포기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 및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합의한지 하루만인 8일(현지시간) 합의 이행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2주간의 휴전 및 종전 협상 진행에 합의한 이란을 향해 "솔직히 말해 그들이 합의 약속을 깬다면 심각한 대가들(consequences)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이란과의 협상에 나설 미국 대표단을 이끌게 된 밴스 부통령은 헝가리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기 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기본적으로 우리는 좋은 위치에 있다. 그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있고, 우리는 휴전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오는 11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대표단과 첫 종전 회담을 할 미국 협상단을 이끌 예정이라고 백악관이 이날 밝힌 바 있다.
밴스 부통령은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휴전이자 협상이라는 것을 매우 명확히 하고 있다"며 "그것이 우리가 제공하는 것이고, 그들이 제공한 것은 해협이 재개방되리라는 것이다. 만약 그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란이 조건을 준수하지 않으면 대통령도 우리의 조건을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본적으로 이란은 다음 단계를 밟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은 전쟁으로 돌아갈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의 언급은 이스라엘의 친(親) 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제거를 위해 레바논을 공격한 것을 두고 이란이 휴전 합의 위반이라면서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등을 거론하자 휴전 합의를 이행하라는 위협성 압박으로 풀이된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측 협상단을 이끌 것으로 알려진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레바논 공격, 이란 일부 영공 드론 침입,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 부인 등 3가지를 미국이 합의를 위반한 사례로 언급하며 "휴전 및 협상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말이 안 돼서 그가 영어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 의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대해 "이란은 휴전이 레바논을 포함한다고 생각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우리도 이스라엘도 그것(레바논)이 휴전 협정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이란 영공 침범에 대해 "휴전은 언제나 엉망이다. 약간의 소란이 없는 휴전은 없다"고 했으며, 우라늄 농축권에 대해선 "우리는 그들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이 실제 무엇을 하는지를 신경 쓴다"고 말했다.
이란 측은 미국-이란 간 휴전 합의 직후 재개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강력히 비난하며, 이 같은 행위가 중단되지 않을 경우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성명을 통해 "휴전 합의 몇 시간 만에 무고한 어린이와 여성을 살해하는 것을 본성으로 하는 시온주의자 늑대 정권이 베이루트에서 다시 잔혹한 학살을 시작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명백한 휴전 합의 위반이자 인도적 범죄로 규정했다. 특히 이번 사태의 책임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있다고 주장했다.
혁명수비대는 "배신적인 미국과 그들의 파트너인 시온주의자 정권에 강력히 경고한다"며 "레바논에 대한 침략 행위가 중단되지 않는다면, 사악한 침략자들에게 처절한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를 수용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중단했지만, 헤즈볼라가 있는 레바논은 합의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대대적인 공습에 나섰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공습으로 지금까지 최소 112명이 사망했고 837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 국영 프레스 TV는 미국과 이란의 휴전 발효 후 일시적으로 열렸던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폐쇄되면서 해협을 통과하려던 유조선들이 급격히 뱃머리를 돌리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고, 백악관 캐럴라인 레빗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선박 통행량 증가가 확인됐다며 반박했다.
이와 같은 양측의 언사는 '판'을 깨려는 것이라기보다는 11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시작될 미국-이란간 종전 협상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한 '샅바싸움' 내지 '신경전'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측도 어렵게 마련된 협상의 동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밴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대상으로 한 공격을 자제할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은 우리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레바논에서 (공격을) 좀 자제하겠다고 제안해왔다"며 "이는 휴전 합의의 일부이기 때문은 아니다. 이는 이스라엘이 우리의 성공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며, 물론 앞으로 며칠 상황이 어떻게 펼쳐질지 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특정 요구 사항과 원하는 것들이 있다. 이란도 협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며 "그들이 우리에게 주고 싶은 것들이 많을수록 그들은 이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