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내릴 때면 조심해야 할 게 있다. 바로 벼락이라고 불리는 낙뢰다. 낙뢰가 한 번 떨어질 때 순간전압은 무려 10억V 이상이며 최소 5만A의 전류가 흐른다. 100W 전구 7,000개를 8시간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기량이다. 또 낙뢰가 칠 때의 순간 표면 온도는 2만7,000도로 태양 표면 온도의 4배가 넘는다. 그래서 강력한 낙뢰는 나무나 전봇대를 부러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피뢰 설비가 부실한 건물의 지붕이나 외벽도 파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이 벼락에 맞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추산한 이 확률은 70만분의 1이다. 벼락을 맞고 사망할 확률은 10% 정도로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높지는 않다. 그러나 벼락을 맞게 되면 전기 에너지가 지나간 곳을 따라 ‘리히텐베르크 문양’이라고 하는 나뭇가지 같은 모양의 흉터가 남는다. 또 신경계 이상이나 기억 상실, 성격 변화 등 후유증이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낙뢰를 동반한 국지성 호우가 급증하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지난해 강원지역에서 1만1,973회에 달하는 낙뢰를 관측했다. 하루 평균 26회의 벼락이 몰아친 셈이니 결코 ‘낙뢰 안전지대’가 아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9∼2023년 낙뢰 사고로 강원지역 119구급대가 출동한 건수는 31건이다. 또 낙뢰 사고는 8월이 19건(61.3%)으로 가장 많았으며 6월 6건(19.4%), 7월 3건(9.7%) 순으로 발생했다. ▼야외에서 갑자기 낙뢰를 만난다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건물이나 자동차 안으로 대피하고 자동차 안에 있을 때는 시동은 끄고 페달과 핸들에서 손과 발을 뗀 상태로 몸을 웅크려야 한다. 나무 밑으로 대피하거나 땅에 최대한 납작하게 엎드리는 행동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낙뢰가 떨어진 곳엔 다시 낙뢰가 안 떨어진다는 속설도 틀린 말이다. 낙뢰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낙뢰가 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의미다. 본격적인 장마철이다. 하늘에서 날벼락을 맞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