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팽이는 한 쌍의 큰 더듬이(대촉각)가 있고, 그 아래에는 작은 더듬이(소촉각) 둘이 있다. 간들거리는 대촉각 끝에는 똥그란 달팽이 눈이 올라앉았으니 물체를 잘 보지는 못하고, 오직 명암을 분별한다. 그리고 곧추선 큰 더듬이는 잇따라 설레설레 흔들어대는데, 소촉각은 늘 아래로 구부려 절레절레 흔들면서 ․기온․ 바람․ 냄새를 알아낸다.
대촉각에 ‘눈’이 달였다면 작은 촉각엔 ‘코’가 달린 셈이다.그런데 달팽이 눈을 살짝 건드려 보면 얼김에 눈알이 더듬이 안으로 또르르 말려 들어갔다가 이내 곧 쪼르르 펴지면서 볼록(쏙) 나온다. 하여 객쩍고 멋쩍은 일을 당해 민망스럽거나 겸연쩍을 때 “달팽이 눈이 됐다”고 한다. 그리고 치켜세운 더듬이 넷이 엇갈려 더듬듯 이리저리 한들거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괴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암튼 와우각상쟁(蝸牛角上爭) 또는 와각지쟁(蝸角之爭)란 말이 있으니 둘 다 달팽이(蝸牛) 뿔 위(角上)에서 싸운다(爭)는 뜻이다. 별것도 아닌 것으로 집안끼리 다투고 있다는 의미다.달팽이는 풀이나 이끼를 먹는 초식동물로 알을 낳는다.
달팽이는 지렁이처럼 알과 정자를 다 만드는 자웅동체이면서 스스로 수정하지 않고 반드시 다른 놈과 짝짓기(교미)를 하여 정자를 서로 바꾼다. 그리고 식물도 제 꽃의 암술 수술끼리는 수분(꽃가루받이)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를 꽃가루관 성장을 정지시키거나 꽃가루 내의 핵산을 분해하여 수정을 방지하니 자가불화합성(自家不和合性)이다.
달팽이나 식물들이 우리 사람보다 먼저 우생(優生·좋은 유전형질을 보존하여 자손의 본바탕을 나아지게 하는 일)을 먼저 알아서 제 정자(꽃가루)와 난자(암술)가 수정(수분)하면 좋지 않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달팽이나 껍데기 없는 민달팽이는 기어간 자리에 흰 발자취를 남긴다. 발바닥에서 점액을 듬뿍 분비하여서 미끈한 위를 스르르 쉽게 미끄러져 가고, 점액이 마른자리가 허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