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탄핵소추안 폐기까지 정국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북한 매체들이 '12·3 비상계엄 선포·해제'와 이에 따른 남한의 탄핵 정국을 처음으로 보도하며 대남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심각한 통치 위기, 탄핵 위기에 처한 윤석열 괴뢰가 불의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파쇼 독재의 총칼을 국민에게 서슴없이 내대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 온 괴뢰 한국 땅을 아비규환으로 만들어놓았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도 실렸다. 신문은 글 기사와 함께 국회의사당 앞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사진도 지면에 실었다.
통신은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6시간 뒤 해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와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탄핵안이 무효화된 소식을 상세히 알렸다.
그러면서 "여러 대의 직승기와 륙군특수전사령부의 깡패무리를 비롯한 완전무장한 계엄군을 내몰아 국회를 봉쇄하였다"고 전해 계엄 과정에 군이 동원됐다는 사실도 전했다.

아울러 7일 윤 대통령 탄핵안이 폐기된 후 서울에서 촛불집회와 시위가 광범위하게 전개됐다며 "집회에서 발언자들은 윤석열 존재 자체가 전쟁이며 재앙이다, 윤석열은 즉시 탄핵해야 한다, 응분의 책임과 죄를 따지고 반드시 징벌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괴뢰 한국에서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 탄핵 소동에 대해 한국 사회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윤석열의 갑작스러운 계엄령 선포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윤석열의 정치적 생명이 조기에 끝날 수 있다고 예평하면서 엄정히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대남 비난 보도를 다시 내놓은 것은 지난 4일 노동신문을 통해 윤 대통령 비난 성명과 집회 소식을 전한 후 7일 만이다.
북한은 지난달 중순부터 윤 대통령 비난 집회 소식 등을 매일 보도하다 5일부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등 남한 내 동향과 반정부 시위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한편, 10여년 전 국내에 입국했다는 50대 탈북민 A씨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밤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A씨는 "북한군이라도 내려온 줄 알았다"며 "많이 긴장됐다"고 전했다.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어 남으로 온 탈북민들은 한밤중 계엄령이 선포되고 군인들이 국회에 진입하는 모습에 적지 않게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2010년 탈북한 김모(32)씨는 북한에서의 공포가 떠올랐다고 했다. "국가의 폭력을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 크기와 무서움을 쉽게 알 수 없다. 경찰과 군대가 동원되고 야간 통행금지가 생겨 일상생활도 멈추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는 것이다.
2012년에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온 조모(22)씨도 "황당했다. 현 대통령이 한 일 중 가장 큰 실수가 아닐까 싶다"며 "어려서 한국에 왔지만, 기억을 돌이켜 봤을 때 계엄령이 떨어졌을 때의 모습이 북한과 비슷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4년 전 탈북한 이모(27)씨는 계엄령과 함께 도심에 군대가 등장한 데 대해 "(북한에서) 늘 봐오던 것이어서 큰 충격은 없었다"고 했다.
이씨는 그러면서도 "시민들이 총구를 잡고 막아서는 건 놀랍기도 했다. 북한이었으면 (시민들을) 바로 구금했을 텐데, 생각보다 군의 힘이 세지 않은 것 같아 놀랐다"고 평가했다.
반면 계엄 선포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한국 사회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너무 시대착오적인 게 아닌가 싶었다. 고도로 민주화된 사회에서 그런 방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다. 계엄을 제공한 실제 원인에 대해서 고민해서 한국 사회가 좀 더 진전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