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돼 직무가 정지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을 접수한 헌법재판소가 16일 첫 재판관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심리 절차에 착수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14일 오후 6시 15분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제출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을 접수하고 탄핵심판 청구사건 순서에 따라 '2024헌나8'이라는 사건 번호를 부여했다.
문형배(사법연수원 18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0시 종로구 재동 헌재에서 재판관 회의를 열고 심판준비기일과 증거조사 절차 등을 결정한다.
문 권한대행과 이미선·정정미·정형식·김복형 재판관은 '탄핵심판에 임하는 각오를 말해달라'는 요청에 무거운 표정으로 대답 없이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청사로 출근했다.
김형두 재판관(연수원 19기)은 "신속하고 공정하게 하겠다"며 "준비 절차를 어떻게 할지, 변론은 어떻게 할지 얘기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재판관 3인 공석 상황에 대해서는 "12월 안에 9인 체제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가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정한 헌법재판소법 51조 적용 여부와 관련해서는 "신청이 들어오면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헌재는 이날 증거 조사 등을 관장할 수명재판관 2명을 지정하고, 헌법연구관들로 구성되는 법리 검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 위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사건의 주심 재판관도 이날 정해진다. 주심은 비공개가 원칙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공개했다.
헌재는 재판관 회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주요 결정 사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서면 검토나 평의 일정은 헌재법에 따라 비공개 대상에 해당해 공개하지 않는다.
헌재는 이날 윤 대통령에게 탄핵심판청구서 등본을 송달하고 답변서 제출도 요청할 방침이다.
청구서를 송달받은 피청구인은 헌재에 답변서를 제출할 수 있다. 답변서에는 심판 청구의 취지와 이유에 대응하는 답변을 기재한다. 답변서 제출이 의무 사항은 아니다.

헌재가 심판준비 절차를 거친 후에는 본격적으로 탄핵심판 공개변론을 열게 된다.
소송 성격상 탄핵심판은 대립적 당사자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구두변론을 하도록 돼 있다.
공개변론에는 탄핵심판 대상인 윤 대통령도 원칙적으로 출석해야 한다. 만약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는다면 다시 기일을 정하고, 이후에는 출석 없이 궐석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헌재는 탄핵심판 절차를 가급적 신속히 진행할 방침이다. 2∼4주간 변론 준비 절차를 거쳐 쟁점과 증인 명단 등을 정리한 뒤 매주 변론을 열어 집중적으로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최소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례를 보면 사건 접수부터 선고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박 전 대통령은 91일이 걸렸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준비절차를 3회, 정식 변론을 17회 열었고 25명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었는지 심리한 뒤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가 '이유 있다'고 판단하면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으로 파면한다.
반대의 경우에는 탄핵소추를 기각하고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한다.

한편, 헌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15일 오후 6시 기준으로 탄핵과 관련한 글이 2천개 이상 게시됐다.
평소 하루 1∼3개의 게시물이 올라오던 곳에 탄핵소추안 가결 당일인 14일 10여개의 글이 올라왔고, 하루가 지나자 폭증세를 보인 것이다.
게시글 내용은 국회 측 탄핵소추위원과 대통령 변호인단의 변론을 방불케 한다.
게시글을 올린 김모씨는 "국민들이 공포심에 밤잠을 설치게 하고, 잘못을 반성하지 않아 국민들이 분노하게 하고, 끊임없이 남 탓을 하며 선동과 거짓을 일삼는 이가 어떻게 국민과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느냐"며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모씨도 "부디 탄핵 결정을 통해 잃어버린 삼권분립의 균형을 되찾고 이후 민사상·형사상의 책임도 빠짐없이 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이모씨는 "권력 남용과 법의 원칙을 무시한 정책적 결정들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본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면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윤 대통령을 처벌해달라"고 탄핵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또다른 글에서 최모씨는 헌법 제1조 1항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상기시키며 "민주주의를 훼손한 내란수괴 윤석열을 탄핵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적었다.
반면 원모씨는 "계엄은 정당하다. 헌법에 나와 있는 통치 행위이고 내란을 일으킨 건 국정을 마비시킨 민주당"이라며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유모씨는 "부정선거, 이제는 척결해야 한다"면서 "자유대한민국에서 '자유'가 사라졌다. 대통령 탄핵 결사 반대한다"고 적었다.
또, 김모씨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한국의 국가적 위기를 막고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서 "헌재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주시고, 윤 대통령의 조치가 헌법 수호와 국가 안정이라는 대의에 부합했음을 인정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탄핵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일부 시민단체는 오프라인에서도 헌재를 향해 목소리를 내 예정이다.
진보성향 단체 촛불행동은 16일부터 탄핵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매일 오후 7시 헌재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보수성향 단체들 역시 헌재 앞 집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