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전세,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지난해 강원지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1년 새 40% 이상 급증했다. 임차권등기는 임대차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등기부등본에 미반환된 보증금 채권이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는 제도다.
서울 등 수도권 세입자들의 신청 건수는 줄었으나 강원지역을 비롯한 비수도권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비수도권지역의 전세 피해가 그만큼 더 심각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7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집합건물 기준)는 4만7,343건으로 1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중 강원지역 집합건물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은 329건으로 집계, 전년(231건)대비 42.4% 늘었다. 또 2022년(88건)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지역별로 강릉이 11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원주(102건), 속초(26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023~2024년 전세 사기 피해가 심화되면서 깡통전세나 역전세가 심했던 지역 위주로 임차권 등기명령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강원자치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전세사기 신고 접수는 총 455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절반 이상이 강릉(200건)지역이었고, 원주(140건)가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세사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임차권등기나 전세권 설정 등기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세권 설정 등기는 세입자가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전세보증금을 지급하고 집주인의 집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다. 전세권 설정 등기가 돼 있으면 세입자가 후순위 권리자, 기타 채권자보다 보증금을 먼저 돌려받을 수 있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놓인다면 세입자가 별도 소송 절차 없이 집을 임의경매로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전세권 설정에는 집주인과 세입자 양측의 동의가 필요한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전세권 설정이나 임차권 등기 의무화 등을 통해 임대인이 협조하지 않아도 임대차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