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60만
정치일반

[유병욱의 정치칼럼]국민의힘이 윤석열 탄핵 반대 나서는 진짜 이유

계엄령 잘못됐다면서도 대통령 탄핵에는 반대 입장
국회·공수처·경찰·법원 등의 조치에 속속 문제제기
‘이재명 포비아’로 인해 조기대선 치러지지 않도록
탄핵시기 늦추기…내부 전열 정비로 선거 준비도
尹과의 결별만이 다가오는 선거에서 살아남을 것

유병욱 서울본부장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국민의힘 때문에 울분을 토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많은 희생과 난관 속에 쌓아 올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법·위헌적 계엄령으로 파괴하려 했던 주범을 왜 감싸고 도느냐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해서는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하고 사과하면서도, 그 행위를 실행한 대통령을 직에서 끌어내리려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극구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당 소속 국회의원 40여 명이 법원의 체포영장이 부당하다며 대통령 관저 앞에서 시위까지 벌였으니 이를 바라보는 국민 입장에서는 쉽게 납득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를 들여다보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상당수 의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탄핵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기류가 강하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일인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국민의힘 유상범, 이만희, 김석기, 박대출, 이용, 김기현 등 의원들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럼에도 탄핵 절차와 체포 과정에 대해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하는 까닭은 탄핵 후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최대한 늦추기 위함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출마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미 1심에서 유죄를 받은 그가 2심과 대법원에서까지 그 형량이 유지된다면 이 대표의 대선 출마는 불가능해진다. 궁금한 것은 국민의힘이 왜 탄핵 재판을 늦추면서까지 이재명의 불출마에 사활을 걸까 하는 점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보수진영에 퍼져있는 ‘이재명 포비아(공포증)’다.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본인이 이 정권에서 당한 법적 제재와 여러 형태의 수모 또는 치욕을 그대로 갚아주려 할 것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설혹 당사자인 이재명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더라도, 그를 둘러싸고 있는 극렬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한 보복의 두려움이 국민의힘에 있는 것이다. 이는 친명(친 이재명)계가 압도하고 있는 민주당이 3분의 2에 가까운 국회 의석수를 토대로 입법권마저 휘두른다면 언제든 합법적으로 보수세력을 괴멸시킬 것이라는 위기감과도 연결된다. 이들이 ‘이재명만큼은 안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중진의원의 연석회의에 참석하며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대통령 탄핵에 시비를 거는 또 다른 이유는 내부 전열 정비 시간이 필요해서다. 헌재의 재판이 빨라질 경우, 당장 내세울 후보마저 마땅치 않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조기 대선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또 보수진영 자체의 정리 없이 대선을 치르면 후보 난립으로 참패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된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직후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보수진영은 홍준표(자유한국당·24.03%), 안철수(국민의당·21.41%), 유승민(바른정당·6.76%) 등 3명이 출마해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졌다. 당시 문재인은 41.08%로 당선됐지만, 보수 측 세 명의 합은 52.2%였다. 그 이듬해인 2018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16개 광역시·도 중 강원도를 비롯한 14개 시·도지사를 민주당에 내줬고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보수진영이 106석만 건지는 참패로 이어졌다.

만약 이번에 탄핵이 인용될 경우 올해 대선에 이어 2026년 지방선거, 2028년 총선 일정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박근혜 탄핵 당시와 같은 연패의 늪에는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있다. 그래서 최대한 탄핵 시간을 늦춰 내부 정비를 할 시간을 벌고 조직적 대응에 나서려 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사 전경

이러한 전략이 먹힌 것일까.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도가 30~35%로 복귀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높기는 하지만 보수진영이 다시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10%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차이다.

국민의힘이 당을 살리기 위한 정치 행위를 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다. 다만, 다수의 국민 사이에 존재하는 여론과 국민의힘의 행보 사이에는 아직도 상당한 갭이 존재한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선거때 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중도층을 잡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얘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법원 체포영장에 ‘내란혐의 피의자’로 적시된 윤석열 대통령과 이제는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 탄핵 이후 모든 선거에서 패배했던 데자뷰가 현실에서 또 나타날 수 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