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도전하는 ‘N수생’이 2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2001년 이후 최대 규모로 전체 응시자의 34.5%에 해당하는 수치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N수생이 늘어나는 기현상이다. 주목할 점은 단순히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해 재수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난과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를 휩쓴 ‘의대 광풍’은 N수생을 늘려 입시 낭인을 양산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높은 연봉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한 번 실패하면 재수를 해서라도 의대를 가겠다는 학생들이 폭증하고 있다. ▼문제는 의사라는 직업이 국가 발전을 위한 전략 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한국은 기초과학, 첨단기술, 제조업 등에서 인재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청년들이 이런 분야가 아닌 ‘고수입’이 보장된 의대에만 몰리면서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 청년들이 ‘황금 티켓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좋은 대학을 나와야만 안정적인 직업을 얻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입시 경쟁이 과열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 현상의 근본 원인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교육제도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심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일자리 간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청년들은 필사적으로 ‘안정적인 길’을 찾으려 하고, 그것이 결국 ‘의대 광풍’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개혁과 교육개혁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의대 정원을 확대하거나 특정 학과의 입학 문턱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직업의 사회적 가치를 재정립해야 하지 않을까. 혹시라도 최고의 수재들이 그저 안정된 호구지책을 쫓아 의대를 선택한 것이라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너무 서글프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