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을 앞둔 2학기 말부터 겨울방학까지, 학생과 학부모들은 상급학교 진학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그러나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졸업식 이후부터 상급학교 입학 전까지 공교육의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학교 현장에서도 2학기 말 이후 겨울방학 기간을 ‘교육과정 공백기’로 인식해 왔다. 이에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교육감:신경호)은 이러한 학습 공백을 해소하고, 겨울방학을 학력 신장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이음교육’을 추진하며 주목받고 있다.
■난도 높아지는 고등학교 학습 대비=춘천 유봉여고에 입학을 앞둔 홍은별 학생은 지난 1~2월, 3주 동안 ‘이음교육’에 참여했다. 은별 학생은 학원에 다니지 않지만, 이음교육 덕분에 자기관리를 할 수 있었다. “방학이라 놀고 싶고, 늦잠 자고 싶어 혼자 공부하기 쉽지 않잖아요. 친구들은 학원에 많이 다니는데, 저는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갈 수 있어 좋았어요.”
이음교육은 겨울방학부터 입학 전까지 상급학교 적응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유봉여고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뿐만 아니라 선택과목과 자기주도학습까지 포함하는 일정으로 운영됐다. 빡빡한 일정이지만 올해 신입생 232명 중 121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유봉여고 엄익수 교사는 “이음교육 신청 전, 모든 신입생을 대상으로 진단평가와 1대1 상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학생 개인의 학습 상황 점검은 물론, 학습 목표와 방법 등 교사들의 조언이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이음교육 참여 학생도 늘어났다.
특히, 유봉여고 이음학교는 교과목 수업을 수준별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학생과 난도에 맞게 다양한 문제풀이가 필요한 학생의 학습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 수준에 맞춰 필요한 내용을 선택할 수 있다. 유봉여고 교사가 직접 만든 교재로 수업하고, 자기주도학습 시간에는 졸업한 선배들이 학습, 진로, 진학을 상담해주는 학습 코칭도 운영돼 신입생들의 적응을 도왔다. 이학근 교장은 “고등학교 1학년은 학습 난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중요한 시기”라며 “이 시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다 보니 교사들이 힘을 모아 교육과정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고교학점제 도입 맞춰 진로·진학 교육 강화=원주 육민관고는 올해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5일간 이음교육을 진행했다. 특히,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진로·전공 탐색에 초점을 맞췄다. 2022 개정 교육과정과 2028 대입제도 변화로 인해 진로 탐색, 교과 선택, 비교과 활동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육민관고 최원욱 교사는 “1학년 때부터 대학 진학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생들이 다가오는 학교생활을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육민관고는 강의식 설명만으로는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에 부족할 수 있다고 판단해, 직접 참여하는 활동 중심의 캠프를 마련했다. 학생들은 전공유형 검사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전공 계열을 탐색하고, 고교학점제 카드를 활용한 보드게임을 통해 계열 탐색과 과목 선택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장지윤 육민관고 학생은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했지만, 나의 장·단점과 성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건축 분야 진로를 정한 한시우 학생은 “적성검사를 통해 나에게 맞는 적성을 확인하고, 고교학점제와 연계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고 전했다.

■도교육청, 학교급 전환기 중요성 강조 ‘이음교육’ 강화로 학생 성장 촘촘히 지원=도교육청은 이음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공백을 해소하고 상급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도내 116개 고등학교 중 91개교가 이음교육을 운영 중이며, 학교별 특성에 따라 학교생활 적응을 돕고 진로 및 학습 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유-초, 초-중, 중-고 전환기에 걸쳐 교과 학습, 학교생활, 진로·진학을 촘촘히 지원해 ‘교육 공백기’를 없애고, 나아가 ‘학생 성장의 도약 시기’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도교육청 진로진학팀 이태희 장학사는 “그동안 사교육에 의존했던 부분을 방치하기 않고, 공교육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도교육청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학교 적응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교사들 역시 학교급 전환기에 대한 지원 필요성에 깊이 공감했다. 특히, 상급학교 정보 제공, 교과 학습 진단, 진로진학 집중 프로그램,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등의 요구가 많았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예비 초·중·고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이음교육 주간을 운영하고, 전환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전 학교급에서는 기본학력을 점검하고 상급 학교급에서는 새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한 학습 및 인·적성 진단과 지원 활동이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했다.


■학교급 전환기가 교육 공백기? 상급학교 적응 제도적 지원 강화=졸업을 앞둔 2학기 말부터 겨울방학까지 학생과 학부모들은 상급학교 진학 준비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 이로 인해 사교육에 의존하거나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해 상급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았다.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으로 넘어가는 학생들의 경우, 학습량 증가와 평가 방식 강화로 인해 불안과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한국교육평가개발원에 따르면, 학업 및 학교생활 부적응으로 인한 학업중단율이 가장 높은 시기가 고등학교 1학년이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고등학교 이음교육 외에도 다양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중3 학생들에게는 고등학교 적응을 돕기 위한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워크북, 중학교 과정의 학습 공백을 없애기 위한 보조교재 ‘사다리수학’과 ‘디딤영어’를 배포했다.
특히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학습 수준 차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전국 최초로 수능 대비 학습 교재 ‘중3 수능 맛!집(集)’을 제작·보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고등학교 입학 후 3월에 치르는 연합학력평가와 수능을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중3 기말고사 이후 학습 코칭 주간과 집중력 향상 캠프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도교육청 진로진학팀 서종철 팀장은 “학생들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이음교육’은 공교육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정책”이라며 “앞으로도 학교 현장에 더욱 안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