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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정애 보훈부 장관 인터뷰]“광복 80주년 ‘모두의 보훈’ 프로젝트 통해 국민 통합 이룰 것”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심은석 강원일보 편집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세희기자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시할아버지와 시아버지는 독립운동가, 아버지는 6·25 전쟁 당시 공병으로 참전해 화랑무공훈장을 받는 등 강원도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보훈 명문가의 며느리이자 딸이다. 국가유공자들의 희생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젊은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보훈정책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추게 됐다. 창간 80주년을 맞은 강원일보는 지난 21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보훈외교 확대와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보훈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는 강 장관의 소신과 비전을 직접 들었다.

대담=심은석 편집국장

■보훈 명문가의 딸이자 며느리로서 남다른 삶을 살아왔다= 우리 가문은 독립운동과 6·25 전쟁 참전, 국가 기반시설 건설 등을 통해 강원도와의 인연을 이어왔다. 시할아버지 권준 장군은 광복회와 의열단 조직에 관여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을 펼쳤고, 광복 후 수도경비사령관과 원주 북부경비사령관을 역임하며 국군 창설에 힘썼다. 특히, 강원도를 대표하는 민긍호 의병장을 기리기 위해 1954년 원주에 ‘민긍호 의병장 충혼탑’을 건립하기도 했다.

■시아버지와 아버지께서도 강원도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조선의용대와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활동하신 시아버지이 권태휴 애국지사는 강원도와 인연이 더욱 깊다. 중국 운남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광복을 맞은 후 강원도 영월 화력발전소와 팔당 수력발전소 건설을 주도하며 대한민국 전력발전의 토대를 만드셨다. 영월 화력발전소 준공식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축하해 주셨다고 한다. 부친 강갑신은 6·25전쟁 당시 공병부대로 배치돼 화천 등에서 작전을 수행하며 화랑무공훈장을 받으셨다. 강원도내 많은 도로 건설에 직접 나서 현재 강원도 도로체계 구축에 기여하셨다. 양가 어르신들 모두 강원도와의 인연이 깊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보훈명문가 출신이라는 점이 장관직 수행에 영향을 줄 것 같다= 이러한 배경은 저에게 큰 자부심이자, 국가 보훈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된 계기였다. 보훈가족으로서 보훈정책을 직접 경험했고, 유공자분들의 헌신과 희생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접해왔기에 그분들의 마음과 아픔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국가보훈부 장관직을 맡기로 결심한 것도 이러한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여러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가족의 역사를 떠올리며 더욱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영상] 강정애 보훈부장관 인터뷰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심은석 강원일보 편집국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신세희기자

"독립운동가 시할아버지 등 양가 어르신 강원도와 인연

국립호국원 건립되는 횡성, 보훈문화 중심지 기대

춘천 6.25 참전유공자 기념시설 박차 4월에 제막식"

■최근 김구 선생의 국적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의 국적은 한국이며, 김구 선생의 국적 또한 명백히 한국이다.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에 따르면, 1910년 이전 대한제국과 일본 간 조약은 원천 무효다. 따라서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이 일본 국적을 가졌다는 주장은 역사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는 해인 만큼, 독립운동의 가치가 훼손되는 논란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최근 국회 임시회에서 제대로 설명하려던 것이었는데, 답변을 막아서 많이 속상했다.

■강원도 첫 국립묘지인 국립횡성호국원 건립의 의미와 추진 상황이 궁금하다= 강원도 최초이자 전국 7번째로 조성되는 국립횡성호국원의 건립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가유공자 예우와 지역사회 발전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주민들이 동참하면서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었다. 이점에 대해 먼저 깊이 감사드린다. 현재 횡성호국원은 설계 및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며, 토지 보상 등의 절차도 병행하고 있다. 2028년 개원을 목표로 차질 없이 진행중이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횡성군은 호국의 고장으로서 역사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며, 국가보훈과 지역사회 발전을 함께 이끄는 강원권 보훈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춘천에 건립중인 6·25전쟁 참전유공자 기념시설도 강원도에서는 처음이라고 들었다= 강원도는 백마고지 전투, 단장의 능선 전투 등 수많은 전투가 벌어진 격전지였다. 그런 만큼 춘천시 6·25참전유공자 기념탑 건립은 국가수호의 역사를 기억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그동안 강원도내에 6·25전쟁 참전유공자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 시설이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는데, 이번 기념시설 건립을 통해 그 간극을 채울 수 있게 됐다. 이번 사업에는 총 6억6,000만 원이 투입됐고, 춘천지역 6·25참전유공자 3,285명의 이름이 새겨지게 된다. 생존하신 342명의 참전용사도 포함돼 있어, 그분들의 희생을 기리는 뜻깊은 공간이 될 것이다. 현재 기념탑 주탑을 제작 중이며, 오는 4월 제막식이 열릴 예정이다.

■장관님께서는 6·25전쟁 참전국인 22개국과의 '보훈외교'가 대한민국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공외교라고 했다. 보훈외교가 대한민국 국격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보훈외교는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도운 22개국 198만여 명의 유엔참전용사들의 공훈에 감사를 표하고 보답함으로써, 해당 국가들과의 우호관계를 강화하는 보훈정책이다. 특히, 6·25전쟁은 국제연합(UN) 창설 이후 대한민국이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군대를 파병받은 사례로, 보훈외교는 대한민국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공외교 자산이라 할 수 있다. 1975년부터 유엔참전용사 재방한 초청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으며, 최근에는 22개 참전국을 대상으로 보훈외교를 확대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병력과 의료인력을 지원한 22개 참전국을 넘어 6·25전쟁 당시 물자를 지원했던 38개국까지 보훈외교의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당시 국제사회는 총 4억7,910만 달러(현재 가치 약 38억7,380만 달러, 2023년 9월 기준)에 달하는 원조를 제공하며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보훈외교는 단순한 감사와 보답을 넘어, 대한민국의 외교·안보·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핵심 국가 전략이다. 공공외교의 외연을 넓혀 더 많은 국가들과 협력하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심은석 강원일보 편집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세희기자

"아너스 클럽 보훈문화 확산 각계각층 동참 줄이어

보훈은 국민 통합의 기반이자 나라 미래 밝히는 길

국가유공자 희생 기리는 감사가 국가 발전의 기초"

■강원도가 보훈외교의 거점이 될 가능성이 있는가=충분히 있다. 강원도는 6·25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격전지였으며, 유엔군이 활약한 주요 전장이었다. 펀치볼 전투, 단장의 능선 전투 등에서 수많은 유엔군이 희생되었고, 이에 따라 다양한 전적지와 현충시설이 조성됐다. 강원도에 있는 유엔군 참전 관련 현충시설을 보훈외교의 중심지로 육성하고, 교육·관광·문화와 연계해 국제적인 보훈외교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광복 80주년인 올해 업무보고에서 국가보훈부가 중심이 되어 이를 국민통합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계획은=국민이 함께하는 기념사업과 예우정책을 추진해 국민통합과 보훈문화 정착을 이끌어갈 계획이다. 먼저 '국민 참여형 기념사업'으로 3·1절에는 전국 독립운동가 묘소 참배행사를 개최해 3·1운동의 정신과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국민과 함께 공유하겠다. 또 국채보상운동, 신간회 창립, 3·1운동 등 ‘이달의 독립운동’ 기념사업 및 국민참여 행사를 매달 다채롭게 진행하려고 한다. 또 '독립유공자 예우 강화 사업'으로 미국, 브라질 등 해외 4개국에 안장된 독립유공자 5인의 유해를 광복절에 맞춰 고국으로 봉환할 계획이다. 생존 애국지사 5인에 대한 위문을 확대하고, 간병비를 50% 인상해 생활 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독립유공자의 사망 시 사회장으로 장례를 거행하는 등 마지막까지 최고의 예우를 갖추겠다. 독립유공자 발굴·포상 확대와 천안 독립기념관 내 ‘광복 80주년 특별 전시관’ 개관, 서대문독립공원 내 ‘독립의 전당’ 건립 추진, 미국 LA 흥사단 옛 본부 건물 복원 사업 진행도 계획중이다.

■취임 이후 내건 '일상 속 살아있는 보훈, 모두의 보훈’이라는 슬로건이 인상 깊다=보훈문화를 확산하려면 국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보훈기부를 활성화하는 ‘모두의 보훈-드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온라인 기부 플랫폼을 운영하며, BTS RM의 1억원 기부, 초등학교 학생들의 100만원 기부 등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기부는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유공자의 희생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실천의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 더 많은 국민이 보훈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기부 시스템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보훈이 생활 속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보훈 아너스클럽'을 조직한 점도 눈에 띈다=보훈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금전적 기부뿐만 아니라 직접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재능기부·봉사활동 등을 통해 보훈을 실천하는 ‘모두의 보훈 아너스클럽’을 운영 중이다. 현재 사회 각계각층에서 보훈의 가치를 실현하는 63명의 위원을 위촉해 재능기부, 봉사활동, 보훈행사 참여 등을 통해 일상 속에서 자발적으로 보훈을 실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이를 해외로 확대해 ‘글로벌 모두의 보훈 아너스클럽’을 출범할 계획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유엔 참전국을 중심으로 재외국민·외국인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보훈외교의 민간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심은석 강원일보 편집국장과 인터뷰하고 있다. 신세희기자

■장관님은 ‘국가보훈기본법’ 전도사라는 별명이 있다=보훈은 모든 국민의 의무다. 취임 이후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이러한 '국가보훈기본법' 핵심 조항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돼 적극 전파하고 있다. 보훈은 국가만의 책임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해야 하는 가치다. 국가보훈기본법은 그러한 보훈정책의 기본 철학을 담고 있으며, 제2조에서는 국가유공자의 희생을 기리는 것이 국민통합과 국가 발전의 기초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6조에서는 모든 국민이 국가유공자를 예우하는 정부 시책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30조에서는 정부가 민간이 보훈문화 확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보훈이 국가 정책을 넘어 국민 모두의 실천으로 이어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보훈 선진국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80년 전 선열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광복을 이루었 듯, 오늘의 대한민국도 국민이 하나 되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국민이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할 때 더욱 강한 나라를 만들어갈 수 있다. 국경일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국가유공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는 작은 실천이 모이면, 대한민국에 성숙한 보훈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가는 나라사랑, 이제는 ‘우리’ 차례다." 보훈이 국민 모두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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