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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팔도 핫플레이스] 815기 태극기 휘날리는 동양 최대 기와집…역사와 오늘을 돌아보는 시간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국민 성금으로 건립 독립의 전당
겨레의 집 동양 최대 기와집 규모
한국관광 100선 천안 유일 선정

독립기념관 겨레의 탑. 천안시 제공

민족시인 심훈은 그날이 오면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거라고 노래했다. 올해는 시인이 그토록 보기를 갈망한, 한민족이 45년 일제 치하의 사슬을 끊고 광복한 지 80주년이 되는 해다. 조국 광복을 실감 못한 시인이 광복 80주년의 해 되살아 온다면, 어느 곳을 가장 먼저 찾을까? 자작시 "그날이 오면"을 비롯해 수 많은 시와 어록이 비로 세워져 있고 한민족 시원부터 항일독립투쟁, 전쟁 참화를 딛고 이룩한 번영의 역사가 전시관마다 가득한 곳, '2025-2026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뽑힌 곳. 바로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이다.

독립기념관 봄 전경. 독립기념관 제공
독립기념관 봄 전경. 독립기념관 제공
독립기념관 봄 전경. 독립기념관 제공

■ 815기 태극기 마당, 높이 51m 겨레의 탑=독립기념관은 1982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사건을 계기로 건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기념관 건립에 남녀노소 온 국민이 나서 성금 500억 원을 모았다. 1986년 8월 5일 중앙일보 보도를 보면 독립기념관 유치를 두고 각 지역은 치열하게 경쟁했다. 당시 천원군 목천면 흑성산 일대 100만 평이 결정된 것은 산수가 빼어나 명당으로 꼽힌 흑성산은 물론 이동녕과 유관순 등 수 많은 의사·독립투사들 고향이 인접한 점도 크게 작용했다.

대지면적 91만 417㎡, 건축면적 4만 581㎡의 독립기념관은 1987년 8월 15일 개관했다. 기념관에는 이곳이 민족정기의 교육장이자 불가능에 도전해 가능을 창조한 독립정신의 전당임을 증거 하는 상징물이 즐비하다.

정문을 지나 독립기념관에 들어서면 높이 51m 대형 조형물인 겨레의 탑이 관람객을 반긴다. 겨레의 탑은 대지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의 날개와 기도하는 양손 모습을 형상화했다. 영원불멸의 민족 기상을 표현하고 민족의 자주 독립을 향한 의지를 담았다. 전·후면에 무궁화와 태극의 약동하는 부조가 있다. 탑 내부는 청룡·백호·주작·현무의 4신도를 상징하는 모자이크 조각이 4면을 장식했다. 바닥은 화강석으로 국토가 새겨졌다. 황동주물관 24괘로 방향을 표시했다.

비단잉어떼가 노니는 백련못을 건너면 태극기한마당이 나온다. 태극기한마당은 민족의 독립정신과 자주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광복 60주년인 2005년 조성했다. 광복을 상징하는 815기 태극기가 독립기념관의 대표 건축물인 겨레의 집을 연중 감싼 형태로 게양되어 있다. 태극기한마당과 겨레의 집 사이 겨레의 큰마당은 폭 222m, 길이 258m, 면적은 약 3만 8535㎡이다. 광복절 기념행사나 천안 K-컬처박람회 등 대규모 행사시 수 많은 인파가 광장을 꽉 채우며 주무대 역할을 톡톡히 한다.

2022 천안시 사진 공모전 대상 신승희 씨 '독립기념관의 가을'. 사진 속 언덕 위 공간이 '통일염원의 동산'이다. 천안시 제공
2022 천안시 사진 공모전 최우수상 양전영 씨 '독립기념관의 일출'. 천안시 제공

■ 동양 최대 규모 기와집, 6개 상설전시관=길이 126m, 폭 68m의 축구장 만한 크기로 15층 높이(45m)에 달하는 겨레의 집은 독립기념관의 얼굴이자 중심 기념 홀이다. 규모면에서도 동양최대의 기와집이다. 고려시대 건축물인 수덕사 대웅전을 본떠 설계했다. 한식 맞배지붕 형태로 북경의 천안문보다 크다. 겨레의 집 경내에는 불굴의 한국인상이 민족이 나아갈 방향을 가리킨다. 초대작가 김영중의 작품인 불굴의 한국인상은 제목처럼 불굴의 독립정신과 강인한 한국인상을 상징한다. 용솟음치듯 창공을 향해 전진하는 자세는 백두산 정기를 받은 우리 민족의 자주와 독립, 인류 평화와 번영을 향한 불굴의 기상을 표상한다. 뒷면 중앙에는 백두산 천지가 부조되어 있다.

겨레의 집 뒤로는 6개 상설 전시관과 특별기획전시실, MR독립영상관이 반원 형태로 포진했다. 제1관 '겨레의 뿌리'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 후기인 1860년대까지 우리 민족의 찬란한 문화유산과 관련 자료를 전시한다. 제2관 '겨레의 시련'은 근대 자주 독립국가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일본 제국주의 침략으로 좌절된 후 이어진 일제의 식민 지배 실상을 살펴보고 그 속에서도 계속된 우리 민족의 독립 의지를 느껴볼 수 있다. 제3관 '겨레의 함성'은 3·1운동 등 대중투쟁에 참여한 민중의 모습을 통해 우리 모두가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각인한다. 제4관 '평화누리'와 제5관 '나라되찾기'는 평화를 지향한 독립운동의 참뜻을 나누고 국내·외 각지의 독립전쟁을 소개한다. 제6관 '새로운 나라'는 광복 후 대한민국 정부의 발자취를 볼 수 있다. 제7관 '특별기획전시실'은 기획전시와 함께 인공지능(AI) 코딩로봇 등을 활용한 독립운동 주제 체험존이 마련되어 있다. MR독립영상관은 4차 산업기술을 활용, 오감을 자극하는 3차원 증강현실과 4차원 가상현실로 독립운동 현장과 사건의 직·간접 체험 기회를 선사한다.

독립기념관은 각 관별 꼭 봐야 하는 자료로 무용총(1관), 을사늑약문(2관), 보성사판 독립선언서(3관), 자유와 평화를 지향한 독립운동 영상(4관), 독립전쟁 전투 모형(5관), 도산 안창호 일기(6관)를 추천했다.

독립기념관 추모의 자리. 독립기념관 제공

■ 105인 계단 올라 만나는 '추모의 자리'=추모의 자리는 선열들의 고귀한 뜻을 기리고 겨레의 영원한 번영을 다짐하는 곳이다. 독립기념관의 가장 높은 곳, 상단 4관 뒤 언덕에 자리했다. 추모의 자리는 105인 계단을 올라야 당도한다. 일제는 독립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1911년 데라우치 마사타케 총독의 암살미수사건을 조작해 독립운동가 105인을 감옥에 가뒀다. 폭 105m, 높이 3∼7m의 크기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이곳의 벽부조는 민족의 탄생을 상징한다. 가운데는 민족의 근원을 분수 형태로 표현했다. 봉화대가 양쪽에 우뚝 서 있다.

기념관 야외에는 조선총독부 철거부재 전시공원이 있다. 철거한 총독부 첨탑을 최대한 홀대하는 방식으로 지하 5m 깊이에 반 매장했다. 독립기념관의 주 건물인 겨레의 집 서쪽, 해가 지는 위치에 조성해 일제 식민통치 몰락과 더불어 식민잔재 극복 및 청산을 강조했다.

독립기념관은 미완의 공간도 품고 있다. 통일을 상징하는 탑과 종, 국민참여의 장으로 조성한 통일염원의 동산이다. 겨레의 집 동남방 580m 지점에 세운 통일의 탑은 높이 17.1m, 수직 반경 25.5m의 3날 2쌍 무지개 형태다. 통일염원의 동산에는 누구나 통일을 바라며 벽돌 한 장 더할 수 있는 참여형 조형물을 광복 50주년인 1995년 8월 15일 조성했다. 참여자 이름을 새긴 벽돌은 영구 보존한다. 지난해 7월 기준 5만 535장 벽돌이 쌓였다. 향후 만 장 내외 추가 조적이 가능하다.

광복 80주년인 올해 독립기념관은 계속 진화중이다. 기념관 정문부터 주요 지점을 오갔던 태극열차는 확장현실(XR) 체험셔틀로 탈바꿈해 5월부터 운행할 계획이다. 이달 말 겨레의 집에는 '세대통합 상생일자리 카페 별무리'가 문을 연다.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겨레마루 분수광장 일대에서는 천안농부시장 '독립마켓'이 펼쳐진다. '한국 독립운동과 불교'를 주제로 22일 개막하는 특별기획전 기간 대국민 수장고 탐방 프로그램 시행 예정이다.

독립기념관 장소성과 활용성을 새롭게 부각시키며 흥행몰이에도 성공한 천안 K-컬처박람회'는 2023년부터 매년 독립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는 대선 여파로 당초 5월 21일부터 25일이었던 개최 일정을 6월 4일부터 8일까지로 옮겼다. 독립기념관 외곽을 둘러싼 방화도로 양쪽에 1997년 심은 단풍나무가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하며 터널처럼 맞붙은 3.2㎞ 단풍나무숲길은 물론 사시사철 산책 명소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대전일보=윤평호 기자

독립기념관 태극기마당. 윤평호 기자
조선총독부 철거부재 전시공원. 독립기념관 제공
불굴의 한국인상. 독립기념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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