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80만
기고

[발언대]강원 소방의 정교한 산불 대응 DNA!

엄영복 인제소방서 기린119안전센터장

지난 4월말 발생한 인제 상남 대형산불은 건조한 가운데 초속 20m 이상의 강풍이 휘몰아치는 해발 1,435m 방태산 자락에서 일어났다.

산불이 확산되던 산중턱에는 주말 교통량이 많은 서울양양고속도로가 동서로 가로지르고 있고, 산 아래 2㎞ 이내에는 기린면 현리 도심지와 군부대가 위치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었다.

특히, 지난 3월 경북 의성 산불과 흡사한 백두대간의 지리·지형 및 기상 환경에서 발생한 이번 산불은 초기 진화가 지체될 경우 동해안까지 확산되어 국가적 대형 재난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서울양양고속도로 인제 구간은 터널과 교량이 많고, 그 구성 대부분이 철근콘크리트 구조라 1,300℃ 이상인 산불의 고온 화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인장력과 압축력이 크게 낮아져 균열 및 붕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주요 교통 시설물들이 손상되면 고속도로 기능이 마비돼 교통 안전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당시 서풍이 강하게 몰아쳐 고속도로는 동해안으로 불길이 번지는 일종의 바람길 역할을 할 수도 있었다. 이에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서는 26일 오후 1시11분 산불 발생 최초 신고 접수 후 인제소방서와 소방항공대 및 인접 홍천·양양소방서를 비롯한 도내 모든 소방서에 순차적으로 출동지령을 내렸다.

관할 인제소방서 주력 소방력이 산불 현장 아래 31번 국도를 중심으로 민가 방어선 구축에 투입되는 사이 인제양양터널구조대와 환동해119특수대응단, 홍천소방서는 고속도로 터널 및 교량과 전원 수배전반, CCTV, 교통안전시설물, 통신기지국을 중심으로 1차 산불 방어에 나섰다.

산불 발생 초기 출동 소방력을 총괄 지휘·관제하는 119종합상황실은 고도의 입체적인 지휘·판단 능력이 요구된다. 실시간 기상자료와 더불어 지리·지형적 특성, 고속도로 통행차량 안전확보, 주요 기간시설 보호, 민가 인명대피 및 방어 등 적재적소에 소방력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긴박한 판단과 지령이 이어졌다.

산불은 자체 주변 대류 현상과 함께 강풍에 의해 불씨가 날아다니며 광범위한 지역으로 비화하여 확산되는 특성상 현장 119소방출동대원들에게는 이번 산불에서도 어느 시설 어디 불머리 부터 방어에 주안점을 두고 소방장비를 운용해야 할지 막막한 순간이 실시간으로 연출됐다.

하지만 대형산불 대응에 경험이 많았던 강원 소방대원들은 그간의 대형산불 대응 시 축적된 실전경험과 특화된 교육훈련 프로그램으로 익힌 화재진압 기법, 소방전술 등 산불 대응역량을 통해 지휘관이 현장 도착하기 전 대원들이 능동적으로 불길 이동과 연기방향을 감지하고 판단해 불머리를 차단하고 도로변 산재된 주요시설물로의 산불 확산을 신속하게 진압·방어해 피해를 제로화 시킬 수 있었다.

이번 산불은 강풍을 따라 불길이 크게 번졌고, 멀리 양양군 서면까지 연기와 재가 자욱하게 퍼져 주민 대피령까지 발령되었다.

강원소방은 이번 산불이 동해안 산불로 이어질 것을 대비해 국가동원령을 요청해 양양군 서면 56번 국도를 따라 타 시도 지원 소방차 29대를 배치해 방어선을 구축했다. 산림당국, 인제군, 경찰 등 유관기관과의 굳건한 공조체제로 동해안 산불까지 이어질 수도 있었던 이번 대형산불의 위기를 인명과 재산피해 없이 지켜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우수한 시스템과 인력, 장비가 갖춰져 있더라도, 산불 예방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이다. 도로변 담뱃불 투기금지, 입산객의 화기 소지 금지, 불법 소각행위 금지 등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