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는 선거철마다 정치권의 관심에서 한 걸음쯤 비켜나 있었다. 전국 인구의 3% 남짓. 이 숫자는 곧잘 강원도를 ‘나중에 챙겨도 되는 지역’으로 밀어두는 이유가 되곤 했다. 표 계산이 먼저인 선거판에서 강원도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곳이었다. 그래서일까.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강원도를 찾았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철원에서 시작해 화천·양구·인제를 거쳐 동해안 고성·속초·양양·강릉·동해·삼척, 태백·영월의 폐광지까지 총 12개 시·군을 사흘 동안 도는 일정이었다. ‘경청투어’라는 이름이 붙은 이 행보는 강원도 유권자들에게 적잖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강원도가 드디어 정치의 중심 어딘가에 위치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기자 입장에선 이번 방문이 지역을 소외 지역이 아닌 정치적 출발점으로 다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전국적 이슈에 가려 잘 다뤄지지 않던 접경지와 동해안, 폐광지의 사정이 드디어 정치권 테이블에 오를지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기대였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몇 가지 아쉬움을 지우기 어려웠다. 이틀째 일정을 취재하며 느낀 건 ‘경청’이라는 말에 담긴 무게에 비해 실제 소통 방식은 다소 일방적이었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 현장 접근에서 지역 언론이 배제된 점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민주당 측은 취재 효율성과 경호를 이유로 풀단 취재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지만, 해당 풀단에 지역 언론은 포함되지 않았고 운영에 대한 안내도 사전에 공유되지 않았다. 현장에선 당황이, 이후엔 섭섭함이 밀려들었다.
피습 예고가 있었던 만큼 신중한 대응은 충분히 이해된다. 후보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순 없다. 그럼에도 ‘경청’을 내세운 일정이었다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역민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해 온 지역 언론과의 소통은 보다 섬세했어야 한다. 도당과 협의해 소규모 지역 풀단을 별도 구성하거나, 백브리핑 등 일부 일정이라도 지역 언론이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면 어땠을까.
같은 장면을 보더라도 중앙언론과 지역언론의 시선은 결이 다르다. 중앙 언론이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전한다면, 지역 언론은 ‘그 일이 이곳에선 어떻게 받아들여졌는가’를 전한다. 정치인의 발언 하나, 주민의 표정 하나가 전하는 뉘앙스는 바로 그 지역의 맥락을 아는 사람만이 온전히 전할 수 있다. ‘경청’은 단순히 듣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어떤 태도로 듣느냐의 문제다. 그 점에서 이번 일정은 의미 있는 시도였지만 일부 아쉬움을 남겼다.
선거운동이 후반부를 향해 달려간다. 곧 다른 후보들도 강원도를 찾을 것이다. 그들도 이 땅을 밟고 무언가를 약속하고 설명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제된 언어로 준비된 말을 꺼낸다 해도 그 말이 닿을 자리를 열지 않았다면 메시지는 쉽게 흩어지고 말 것이다. 지역민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기록해 온 창을 닫아두고서, 지역을 향한 메시지를 전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