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55년 만에 탐방로 확충을 통한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빗장을 열었다. 최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가 속초시의 숙원사업인 소공원 진입도로 확장과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의 저지대 탐방로 추가 조성 사업 계획을 받아들이면서 가능하게 됐다. 속초시는 소공원의 만성적인 교통혼잡을 해결하고, 관광객의 B·C지구 체류시간을 늘려 설악동 상경기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계획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속초시와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신흥사 등 3주체의 긴밀한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2023년 6월 소공원 탐방여건 개선을 위한 기본설계 용역에 착수 했다. 이어 2024년 3월에는 속초시, 신흥사와 소공원 입구 교통혼잡 개선을 위한 1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소공원 진입도로 확장 및 탐방로 신설을 위한 공원계획 변경을 요청하고, 12월 탐방로 입지적정성 평가를 통과했다. 2025년 4월 마지막 관문인 국립공원위원회 심의까지 통과하면서 사업 준비를 모두 마쳤다. 속초시는 지난달 9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신흥사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발빠른 움직임이다. 이번 사업에는 총 184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75억원이 투입되는 소공원 진입도로 확·포장은 속초시가, 109억원이 소요되는 신규 탐방로 조성은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각각 맡아 추진한다. 사업 순서는 파크호텔 앞에서 소공원까지 길이 1.3㎞, 폭 3m로 조성되는 신규 탐방로가 먼저다. 신규 탐방로가 조성된 뒤 설악동 B지구에서 소공원까지 1.6㎞의 보도를 철거하고 기존 폭 8m의 도로를 12m로 늘리는 확·포장 공사에 들어간다. 기존 도로를 2차선에서 3차선으로 확장하고, 이 중 1개 차선은 가변차선으로 만들어 평상시 구난·비상 차량과 버스 등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사용하다가 단풍철 등 성수기 교통 혼잡 시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속초시는 버스전용차선 운영을 비롯해 장래에 트램 도입 시 노선 확보 등 다양한 교통 체계를 도입할 수 있어 성수기 만성적 교통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설악산 소공원은 설악산국립공원 탐방객 중 66%가 방문하는 탐방거점지역이다. 설악산 관광은 1950년대 당시 교통부 직영 관광호텔이 건립되면서 본격화됐다. 1960년대에는 수학여행과 신혼여행지로 이름을 날렸다. 1970년에 국립공원 지정에 이어 1975년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국민관광지로 정착했다. 과거 설악산 소공원 교통체증은 단풍철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워라벨 문화가 확산되면서 연휴와 주말에도 탐방객이 이어져 교통체증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관공도시 속초시로서는 여간 골치거리가 아니었다. 이번 설악산 신규 탐방로 조성과 소공원 진입도로 확장은 2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탐방객들이 설악동 상가와 숙박단지인 설악동 B·C지구 공용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 소공원까지 걸어가면서 설악산의 자연경관을 만끽할 수 있는 탐방로 조성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이를 통해 소공원으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을 분산시켜 만성적인 교통체증 저감이다. 국립공원위원회라는 큰 문턱은 넘었지만 본 공사에 들어가기 전 풀어야 과제가 남아있다. 규제 해결이다. 사업구간이 상수원보호구역, 하천구역, 설악산천연보호구역, 역사문화환경보전지역에 각각 저촉된다. 상수원보호구역과 하천구역 저촉은 속초시장의 허가, 천연보호구역 저촉은 국가유산청장 허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저촉은 도지사 등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 2029년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행정관청인 속초시, 공원 관리주체인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토지 소유주인 신흥사 등 3자간 중단없는 없는 협업이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