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가 등장할 때 마다 지역 안배와 인재 등용은 빠지지 않는 주요 전략이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인선에서 강원 출신 인사들이 전례 없이 눈에 띄는 약진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상징적 차원을 넘어 실제 국정 운영의 주요 부처에서 장·차관을 다수 배출한 이번 인사는 강원 지역사회에 신선한 기대감을 안기고 있다. 특히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양구 출신의 정성호 의원,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에 오른 춘천고 출신의 윤호중 의원, 원주 출신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그리고 이미 차관으로 임명된 홍천 출신의 김민재 행안부 차관, 강릉고 출신의 김남중 통일부 차관, 양구 출신의 이호현 산업통상통상자원부 차관 등 주요 인사들이 강원과 직간접적 연고를 갖고 있다는 점은 강원자치도가 중앙정치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새 정부 장관 2명, 차관 3명
이러한 인사들의 등장은 ‘출신지의 영광’으로만 해석돼선 안 된다. 더 중요한 질문은 바로 “이 인재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지역 발전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이다. 장·차관이라는 자리가 갖는 권한과 역할, 그리고 그들이 가진 네트워크와 정책 추진력은 정치적 상징성을 넘어 지역의 숙원 과제를 해결할 실질적 통로가 될 수 있다.
장관은 각 부처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가의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장관의 결정은 단위 부처를 넘어 전체 국정에 파급력을 미치며, 예산 배분, 제도 개편, 지역 투자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지역 정책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 균형발전과 관련 있는 국무조정실, 법률 제도와 직결되는 법무부 장관은 그 상징성과 실제 행정 효율성에서 모두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차관은 장관을 보좌하는 자리지만 실질적으로는 부처의 정책 집행과 내부 조율, 실무 라인의 총괄자로 기능한다. 장관이 방향을 제시하면 차관은 그것을 구체화하고 실현시키는 키맨(key man)이다. 이번 정부에서 강원 출신이 장관 2명, 차관 3명에 이름을 올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정책결정권자이자 네트워크 관리자이며, 동시에 지역과 중앙을 연결하는 실질적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즉, 강원이 수십 년간 말해온 '중앙정부와의 연결 통로 확보'가 실제 인사로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강원의 미래를 좌우한다.
실용적 전략 사고로 전환을
인사 하나로 지역의 운명이 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인사를 통해 정책의 문을 두드리고, 예산의 방향을 조정하고, 지역 의제를 국정과제에 반영시킬 수 있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가령, 강원자치도 완성을 위한 행안부와의 협업, 접경지역 개발을 위한 국무조정실의 조정 기능, 중첩규제 완화와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법무부의 법·제도 검토는 모두 이번에 입각한 강원 출신 인사들과 긴밀한 정책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훨씬 더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에 각 시군과 도청 차원의 전략적 로드맵 수립, 지역 국회의원과의 유기적 연대가 더해진다면 이번 인사를 ‘영광의 임명장’으로 남기지 않고 실제 지역 발전의 엔진으로 바꿀 수 있다.
이제 강원자치도는 “강원도 사람이 장·차관 됐다”는 자부심에서 벗어나 “우리 과제를 해결할 사람이 그 자리에 있다”는 실용적 전략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단지 지방정부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강원도 내 각계 각층 기업, 시민단체, 언론, 교육계 모두가 역할을 나눠 갖고 함께 '활용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강원 출신 장·차관의 등장은 ‘인사’라는 도구를 통해 시작된 변화의 가능성일 뿐이다. 이제 그들을 중심으로 무엇을 할지, 어떻게 연결하고, 어떤 문제를 풀어나갈지가 더 중요해진다.
지금은 강원이 오랜 시간 기다려온 기회의 문턱이다. 그리고 그 문을 열 ‘열쇠’는 우리 손 안에 있다. 정책 제안서 한 장, 간담회 한 번, 의제 하나라도 명확히 전달하고 설득할 수 있다면, 중앙정치의 테이블 한가운데에 강원이 앉을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이 인사들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전략이자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