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군 12사단에서 군기훈련 중 숨진 훈련병의 어머니는 춘천지법 법정 앞에서 호소했다. 병역의 의무를 이행중이거나 앞으로 수행해야 할 아들이 있는 부모들에게 훈련병 어머니의 외침이 절절하게 들렸다.
“썩고 병든 군대의 지휘 체계 속에서 아들이 죽음을 당했다”며 “ 대한민국의 미래 청년들을 위해 군인 조교부터 국방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올바른 사람들로 다시 바로 세워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4년 5월 인제 12사단 신병훈련소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이 쓰러지고 끝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1년여의 시간을 거쳐 최근 항소심 재판이 마무리됐다. 당시 군기훈련을 지시한 중대장 A 대위와 부중대장 B 중위에게 2심 재판부는 각각 징역 5년6개월과 징역 3년을 선고했으며 피고인들은 모두 대법원에 상고했다.
2심까지 진행된 재판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당시 군기훈련의 학대여부와 가혹행위의 고의성이다.
A 중대장과 B 부중대장은 2024년 5월23일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에게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을 실시하고 이중 실신한 한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위와 경과 등을 수사한 결과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훈련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해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아닌 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군장에 책을 넣도록 지시해 25kg 상당의 군장과 소총 등 합계 32kg 상당의 완전군장 상태에서 연병장 2바퀴를 보행하게 했으며 완전군장 상태에서 팔굽혀펴기, 선착순 달리기, 뜀걸음 등의 군기훈련을 지시했다. 군기훈련은 45분 가량 지속되었는데 당시 피해자들은 물이나 적절한 휴식시간을 부여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군기훈련은 육군규정 120 병영생활 규정 등 관계 규정을 위반한 위법행위가 명백했다.
재판부는 직권을 남용한 ‘가혹행위’ 내지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입장은 군대 내 지휘관의 권한과 책임에 대한 명백한 지침이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징병제는 우리의 분단국가 현실에서 아군의 전투력 및 국가의 안보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징병제에서는 군 복무 여부를 본인의 의사에 따라 선택할 수 없고 개인의 적성에 따라 복무의 종류를 달리할 수도 없으며, 군에 복무하는 병사들은 일정한 기간동안 여러 기본권을 제한받으면서 조국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자신들의 청춘을 바친다. 따라서 그 병사들의 생명과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 및 군의 구성원 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중요 가치임이 분명하다. 병사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의 주체일 뿐 아니라 군 조직이 민간과 격리되어 있는 상명하복의 조직체라는 점에서 병사들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는 더욱 엄격하게 관계 규정을 준수하여야 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병사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나 생명, 신체의 본질적인 부분을 해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