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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춘추칼럼]시대와의 불화 겪는 한국정당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

정당은 민주주의의 생명선이다. 정당 없는 대의 민주주의는 생각할 수 없다. 지난해 총선은 1987년 이후 무소속 당선자가 한명도 없는 첫 총선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이 300석 중 283석이다. 2022년 지방선거의 광역의원 872석 중 양당이 862석을 차지한다.

정당은 권력의 성패를 결정한다. ‘윤석열 권력의 실패’는 여당의 기능부전에서부터 출발했다. “삼권분립은 이제 막을 내려야 될 시대”라는 언급은 ‘이재명 권력의 민주당’을 상징한다. 개인화된 정당과 권력종속의 여당은 ‘정당과 정치 그리고 권력의 연쇄 실패로 이어지는 필요조건’이다. 당내 민주주의와 다양성의 붕괴는 ‘정당 좌절’의 전조 증상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윤석열의 여당보다 나을지’ 우려하는 이유다. ‘정당의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당의 제자리 찾기’가 핵심이다. 정당 특히 집권 여당의 제 역할 회복 없이 한국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은 담보되지 않는다.

정당의 연구는 다양한데 첫째, 조직 차원에서 정당의 구조와 운영방식을 분석한다. 한국의 정당은 “간부정당, 카르텔 정당 그리고 선거전문가 정당”이다. 둘째, 기능적 차원으로 정당의 역할과 기능을 분석한다. “포괄정당”이 대표적이다. 셋째, 체계의 차원으로 정당 간 상호작용과 정당 체계의 특성을 분석한다. “경쟁적 정당체계, 양당제와 다당제” 등으로 분류하는데 한국정당은 포괄정당으로 다당제의 경쟁적 양당제다.

최근 정당연구의 방법론적 측면에서 거시적+미시적 접근의 융합이 등장한다. 정당의 역사적 맥락과 구조적 요인을 분석하는 거시적 입장과 개별 정당의 조직과 행태를 분석하는 미시적 접근의 결합이다. 연구의 적실성을 높이려는 노력이다.

‘스페인 포데모스와 이탈리아 5성운동’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두 정당의 후보자 선출과정은 정당의 조직 문화와 관계있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다른 조직 구조와 문화를 가진다. ‘이데올로기 중심의 운동체로서 교리적 순수성을 중시하는 비즈니스 문화의 공화당’과 ‘이익집단 연합체로서 수평적 연대와 내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문화의 민주당’이다.

한국의 정당 문화연구는 아직 간접적이다. ‘당원 충원방식과 조직 효용성 분석’은 공개된 당원 수와 실제 유효당원 사이의 큰 차이를 발견한다. 당원 충원이 주로 선거 입후보자를 매개로 한 동원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성 평등 차원에서 한국정당의 조직문화 분석도 있다. 정당 사무처의 남성 중심적 조직 문화가 여성 당직자의 정치 세력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여성 당직자들이 남성 중심적인 정당 조직문화로 인해 부서배치 차별과 인맥 형성 소외 등을 경험하는 것이다.

한국정당의 조직 문화와 행태는 첫째, 중앙당 중심의 위계적·집중적 구조로 정당의 주요 의사결정은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둘째, 당보다는 ‘후보자 개인’에게 충성하는 인물 중심적 문화와 당원의 수동적 참여다. 당의 신뢰와 충직함보다는 ‘공천권’이라는 교환 관계를 매개로 한 인물 중심의 충성 문화가 지배적이다. 셋째, 한국정당은 남성 중심적 인사구조와 계파 문화로 여성·청년·소수자 당직자들의 문화적 소속감과 의사결정 참여가 제한적이다.

‘자율과 책임의 극대화와 다양성 제고’가 시대의 방향이다. 정치적 책임감과 공동체 우선의 공적 마인드는 전제조건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시대와의 불화를 넘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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