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크탱크란 국가나 지방정부 등의 발전을 위한 연구와 자문을 수행하며 미래 비전을 설계하는 지적 집단을 뜻한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싱크탱크들은 객관적이고 창의적인 정보를 제공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해결책을 제시하며 사회 각계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강원의 ‘싱크탱크’로 불리던 강원연구원이 ‘싱크홀’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불공정 인사, 연구비 부정 사용, 경영평가 최하위 수준 등 총체적 난관에 직면해 있다.
최근 불거진 강원연구원의 내부 인사는 상식을 넘어선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강원연구원에서 이뤄진 인사 과정은 노조를 무시한 ‘막가파식 인사’, ‘특정 인물 중심 승진’ 등 공정성과 정당성이 실종된 채 진행됐다. 현 원장 임기를 한 달 남기고 ‘특혜성 인사’와 전형적인 ‘알박기’ 인사를 단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원칙과 절차 없이 진행된 이번 인사 사태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은커녕 눈을 감고 있는 상황이 놀라울 따름이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에는 소속 연구원이 연구비를 유용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건도 발생했다. 2018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국민 세금으로 지원된 연구비 카드로 개인용품 약 1,200만원어치를 구매한 것이 밝혀졌다. 이는 연구기관의 도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사례다.
또한 강원연구원은 지난해 강원도 출자출연기관 경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2022년, 2023년 연속으로 A등급을 받던 강원연구원이 갑작스레 경영평가 대상 17개 기관 중 15위로 추락했다. 기관장 경고, 중징계 사례, 정량 지표 달성률 저조 등이 그 주요 요인이다. 이는 대외 신뢰도 하락은 물론 연구원의 존립 자체를 고민해야 할 정도의 경고탄을 쏘아 올렸다.
강원연구원이 이 지경까지 이른 데에는 강원도정의 책임이 크다. 강원도정은 이 기관을 단순한 출자출연기관이 아니라 지역 정책과 미래 비전을 설계하는 핵심 싱크탱크로 세워야 할 무거운 책무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강원연구원의 심각한 경영 부실과 반복되는 연구비 부정 사용 등 윤리·도덕적 해이에 대해 손 놓고 방관하거나 미온적으로 대응해 온 결과, ‘싱크탱크’가 ‘싱크홀’로 전락해 버리는 참담한 현실에 이르렀다.
이제라도 강원도정은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허울뿐인 경영 목표 수립을 멈추고, 철저한 성과 관리 체계를 구축하여 방만 경영을 단호히 차단해야 한다. 둘째, 연구비 집행의 기준과 절차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해 부정·편법의 씨앗이 뿌리내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셋째, 보편타당하고 투명한 승진·평가·보상 시스템을 갖춰 능력과 성과로서 인정받는 연구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혁신의 열쇠는 강원도정과 함께 앞으로 새로 선임될 강원연구원장이 쥐게 된다. 그 누구보다 확고한 원칙과 도덕적 리더십, 그리고 강원 발전을 위한 통찰력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 조직을 바로 세워 강원의 싱크탱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소통하고,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수장이어야만 한다.
따라서 올 9월에 도의회에서 진행될 신임 강원연구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반드시 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강원도정 역시 강원도의 싱크홀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지금보다 더욱 강화된 관리 감독이 되길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