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80만

원유순 장편소설 ‘그 여름의 왈츠’…그 여름, 진실은 음악이 되었다

-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십대의 우정과 연대로 풀어낸 역작

◇장편소설 ‘그 여름의 왈츠’

횡성 출신 원유순 아동문학가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시간을 십대 소녀들의 감정과 음악, 그리고 우정으로 풀어낸 장편소설 ‘그 여름의 왈츠’를 상재했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이들의 목소리를 십대 소녀의 감정과 일상으로 섬세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민주화의 순간을 단순한 역사적 배경이 아닌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한 물음으로 되살려낸다. 이 소설은 음악 콩쿠르가 무산된 대학 교정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두 소녀, 은수와 연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각자의 상처와 가족의 무게를 안고 있던 이들은 바이올린과 첼로라는 악기를 매개로 서로를 알아가며, 점차 자신들 곁에 놓인 시대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연우의 오빠는 시위 주동자로 수배 중이고, 은수의 선생은 과거의 상처를 말없이 숨긴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눈을 통해 펼쳐지는 1987년의 여름은 단순한 정치적 배경이 아니다. 대자보가 붙고 최루탄이 날리던 거리, 고문과 실종의 소문이 끊이지 않던 캠퍼스의 일상,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랑하고 연대하고 울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누구보다 투명한 감수성을 가진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묵직하게 다가온다.

◇원유순 아동문학가

소설의 제목처럼 전개 전체가 음악적 구조를 띠고 있다. ‘스프링 송’으로 시작되는 첫 장에서 ‘여름 왈츠’로 닿기까지, 각 장의 제목은 계절의 흐름과 함께 성장하는 소녀들의 마음을 은유처럼 붙든다. 악보에 적힌 쉼표 하나조차 긴장감이 되던 그 시절, 음악은 은수와 연우가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는 유일한 언어였고, 두려움 속에서도 진실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이정표였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진실을 마주한 순간의 연속선 위에 우리가 서 있다’는 메시지를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던진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로 ‘우정’과 ‘연대’라는 단어를 꺼낸다. 이는 단지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질문이 된다. 원주에서 자란 유년기와 오랜 교직 생활에서 비롯된 깊은 시선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역사와 현실을 아이들의 언어로 풀어내는 이 작가는, 단순히 ‘이야기꾼’에 머물지 않고, 청소년문학이 감당할 수 있는 사회적 깊이를 확장해가는 진지한 실천가의 면모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소설은 말한다. 진실은 고백이 아니라 연대 속에서 빛난다고. 그 여름, 소녀들이 이어가던 왈츠는 오늘도 우리 안에서 조용히 흐르고 있다. 안녕로빈 刊. 200쪽. 1만5,000원.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