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적 기상재난이 강원도를 덮치고 있다. 강원지역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무더위, 태풍, 집중호우, 폭설 등의 기상이변은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올해 극한폭염과 역대급 가뭄이 이어진 강릉은 사상 처음으로 가뭄 재난사태까지 선포됐다. 향후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부터 인명·재산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 및 지자체 대응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가 요구된다.
■극한폭염에 역대급 가뭄=기상이변으로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재난이 급증하고 있다. 복합재해는 ‘여러 재난이 동시에 또는 시차는 있지만 서로의 영향 아래에 발생한 경우’다. 재해간 상호작용 때문에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 올해 강원도의 여름철(6월1일~8월30일) 폭염일수는 20.3일이다. 역대급이라 불렸던 2018년(22.8일)에 이어 1973년 기상관측 이래 두번째로 많았다.
강수량이 충분해도 폭염이 계속돼 증발량이 많아지면 가뭄이 심화되는데 강릉의 경우 올해 여름철 강수량은 평년의 30%에도 못미쳤다. 강릉시 올해 2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6개월간 누적 강수량은 387.7㎜에 불과했다.
■전통적 가뭄 아닌 ‘돌발가뭄’=이번 가뭄은 전통적 가뭄과 다른 형태를 보이는 ‘돌발가뭄’으로 분류된다. 전통적 가뭄이 강수량이 적어 수개월에 거쳐 나타나는 반면 돌발가뭄은 예측이 어렵고 단시간에 갑자기 발생한다.
돌발가뭄의 원인으로는 폭염과 여름철 강수량 부족이 대표적이다. 올해 강릉 가뭄에는 두가지 요인이 모두 작용했다. 마른장마로 땅과 대기가 건조해졌고 여름철 극한폭염은 토양의 수분을 더 마르게 했다.
특히 태백산맥을 넘어온 바람이 고온 건조해지는 푄 현상이 주범으로 꼽힌다. 산맥을 넘나드는 바람은 상승 시에는 비를 뿌리고 하강 시에는 고온 건조해진다. 이번 여름 북태평양 고기압을 따라 덥고 습한 남서풍이 들어와 영서지역에 많은 비를 뿌린 반면 영동지역은 가뭄이 발생했다.
강릉지역의 생활용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도 5월에는 평년보다 높아 가뭄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폭염에 비까지 내리지 않으면서 6월 60%대, 7월 30%대, 8월 20%대 등에 이어 지난 31일 기준 14.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새로운 가뭄유형 감시 시스템 필요=강릉 가뭄은 1990년대부터 자주 발생하고 있다.
2023년 여름 기상청은 강릉·동해·삼척을 가뭄 관심단계로 분류했다. 2021년 여름 강릉의 강수 일수는 9.1일로 당시 역대 최저 기록을 세웠다. 겨울 가뭄도 심해 매년 산불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가뭄 예보·경보시스템은 돌발가뭄에 취약하며 가뭄 대책은 사후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문가들은 새롭게 나타나는 가뭄 유형인 돌발가뭄을 체계적으로 감시하고 실효성 있는 가뭄 대책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유기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형식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뭄은 단기적인 물 부족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농작물 생산 감소, 생활용수 공급 불안 등 경제적 손실과 물 자원 분쟁 등 갈들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재난관리는 특정부처 단독으로 대비·대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