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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얼차려 지시해 훈련병 숨지게 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에 징역 5년6개월·부중대장 3년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을 실시한 혐의로 중대장(대위)이 21일 오전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4.6.21 사진=연합뉴스

속보=지난해 5월 이른바 얼차려를 지시해 훈련병을 숨지게 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에게 징역 5년 6개월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25일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된 중대장 강모(28·대위)씨에게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부중대장 남모(26·중위)씨도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을 실시하고, 실신한 박모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박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위와 경과 등을 수사한 결과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 훈련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해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아닌 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강씨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징역 5년 6개월로 형량이 늘었다. 남씨는 1,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1심은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해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상상적 경합)로 판단했지만, 2심은 별개 범죄를 여럿 범한 경우(실체적 경합)으로 판단하면서다.

상상적 경합이면 가장 무거운 죄에서 정한 형으로 처벌하고, 실체적 경합이면 가장 무거운 죄 형량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다.

2심 재판부는 "1심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기회에 이뤄진 행위라고 판단했지만, 피해자별로 구체적인 가혹행위와 학대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1개의 행위가 아니라 여러 개의 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군형법상 가혹행위와 형법상 학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학대 고의가 없었다', '범행을 공모하지 않았다', '군기 훈련과 훈련병의 사망 간 인과관계가 없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을 실시한 혐의를 받는 부중대장(중위)이 21일 오전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4.6.21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징병제 하에서 병사들은 일정 기간 여러 기본권을 제한받으면서 조국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청춘을 바친다"며 "병사들의 생명과 육체를 보호하는 건 국가가 가장 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명하복의 군 조직을 유지하고, 특수 임무를 위해 기본권이 어느 정도 제한되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하더라도 병사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고,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더 엄격하게 관계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존엄성이나 생명·신체의 본질을 침해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군 지휘관인 피고인들이 후진적 형태의 병영문화를 답습함으로써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망사고를 초래했다"며 "피고인들은 국가가 병사들의 생명과 신체를 지켜줄 거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 기제를 정면으로 배반했을 뿐만 아니라 군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까지 저해했다는 점에서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2심에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인제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이 이른바 ‘얼차려’로 불리는 군기훈련을 받다 쓰러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육군에 따르면 2024년 5월 23일 오후 5시 20분께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쓰러진 A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25일 오후 숨졌다.

관련 법령에 따라 군기훈련을 실시하기 전에 대상자에게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해 사유를 명확히 하고 소명 기회를 부여한 뒤 군기훈련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 함에도 이러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 훈련병들의 신체 상태나 훈련장 온도지수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부중대장은 이 같은 상태에서 23일 오후 4시 26분께 보급품이 모두 지급되지 않은 훈련병들에게 군장의 공간을 책으로 채우게 하는 방법으로 비정상적인 완전군장을 하도록 한 뒤 총기를 휴대하고 연병장 2바퀴를 보행하게 했다.

뒤이어 나타난 중대장은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선착순 뜀걸음 1바퀴를 실시했고, 팔굽혀펴기와 뜀걸음 세 바퀴를 잇달아 지시했다.

군기훈련 규정에 따르면 팔굽혀펴기는 맨몸인 상태로만 지시할 수 있다.

결국 박 훈련병은 뜀걸음 세 바퀴를 도는 도중인 오후 5시 11분께 쓰러졌다.

그런데도 피의자들은 열사병으로 인한 위급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신속한 응급처치를 지체한 과실로 의무대를 거쳐 민간병원으로 옮겨진 박 훈련병이 25일 오후 3시께 사망에 이르게 했다.

국과수 부검 감정서에 따르면 박 훈련병은 열사병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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