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초고령화 지대이자 의료 인력 수급 불균형이 가장 심각한 지역 중 하나다. 젊은 인구 유출과 의료기관 부족이 겹쳐 요양병원들은 사실상 지역 고령 환자들의 의료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고령 환자들의 낙상, 호흡 곤란, 섬망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신속한 대응 여부가 생명을 가른다. 중요한 순간 환자 곁에는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가 각자의 역할을 맡아 빈틈없는 팀워크를 발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마다 강원도내 요양병원은 인력 운용의 족쇄에 묶여 있다. 2016년 법제처 해석은 이 팀워크의 한 축인 간호조무사의 '당직' 참여를 제한한 바 있다.
강원도내 수많은 요양병원은 간호사만으로 야간 당직을 충원해야 하는 비현실적인 의무를 수년째 수행하며 만성적인 인력난과 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인력난이 심각한 군·면 단위 요양병원에 치명적인 제도적 공백이 만들어졌다.
환자 안전을 위한 최적의 팀 편성을 법이 가로막은 셈인데 현장에서는 이미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와 함께 밤을 지키고 있지만 제도 밖의 모호한 위치 때문에 책임과 권한의 경계가 흐려져 불안정성이 커졌다.
최근 간호조무사를 당직 의료인으로 인정하는 의료법 개정안 추진 소식은 강원도 요양병원에 한 줄기 빛과 같다.
강원도는 지역적 특성상 인력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고 춘천, 원주 등 중심 도시 이외 지역의 요양병원은 간호사 구인 자체가 더 어렵다.
현행법인 간호사 인력만으로 당직 기준을 충족하라는 것은 '요양병원을 운영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인력 공백은 결국 현장의 편법적인 방법을 조장하거나 주간 근무 인력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워 돌봄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현실의 인력 가용성을 외면한 채 비현실적인 법적 기준만 고수할 수는 없다. 이번 개정안의 취지는 간호인력의 상호 보완이다. 이 개정안은 간호사를 전면 대체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현실적인 안전 보완책을 마련하는데 있다. '간호사 1인 이상 필수 포함'이라는 전제를 두고 응급상황 시 임상적 판단과 운영은 간호사가 중심이 되도록 한다.
간호조무사가 환자 곁에서 관찰, 기초 처치, 신속 보고 등의 법정 보조 업무를 공식적인 당직의 일환으로 수행함으로써 야간 응급 상황 발생 시 대응한다. 호출 즉시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기초 처치와 신속 이송을 준비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협업은 야간 응급상황의 '골든 타임'을 확보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 특히 취약 지역일수록 이 원리를 통한 인력 효율화의 혜택은 더 크게 나타난다.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지도 아래에서 충분히 응급상황 대처 교육을 받고 보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숙련된 간호인력이다. 일부 간호사계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현재 강원도 요양병원의 밤은 '간호사만 있어야 한다'는 비현실적 이상과 '간호조무사 없이는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 사이의 위험한 줄타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단순히 '인력난 해소'를 넘어 '지역 의료 취약성 해소'의 현실적인 방안이다. 국회와 보건복지부는 강원도를 포함해 인력 취약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하위 법령에 병원 규모, 환자 수, 지역 상황 등을 고려한 유연한 배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 표준화된 협력 프로토콜과 안전 교육을 의무화해 책임 소재와 혼란을 막고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킬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에 서둘러야 한다.
현실을 외면하는 '족쇄'를 풀고 협력의 길을 터주는 현명한 결정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