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결의’는 ‘복숭아 동산에서 맺은 의리’라는 의미로,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목표를 위해 힘을 모으는 결의를 상징한다. 중국 고전 소설 ‘삼국지연의’에는 유비, 관우, 장비가 후한 말, 복숭아나무 아래서 도탄에 빠진 백성들과 나라를 위해 힘을 합치자고 결의하며 의형제를 맺는다. 이 결의는 훗날 촉한 왕국 건국과 삼국시대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도원결의는 오늘날까지도 서로에게 굳은 신뢰와 협력을 다짐하는 의미로 널리 쓰이고 있다. ▼깐부는 친한 단짝 친구나 짝꿍을 의미한다.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 1에서는 “우린 깐부잖아”라는 대사가 나온다. 드라마 속 오일남이 성기훈과 구슬치기를 하며 “우린 깐부잖아. 깐부끼리는 네 거, 내 거가 없는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을 통해 깐부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깐부’는 정치권에서도 한때 유행어가 됐다. 2021년 한 대선 후보가 경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다른 후보에게 SNS를 통해 “우리 깐부 아닌가요?”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상대 후보는 “깐부는 동지다. 동지는 동지를 음해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창업자가 어릴 때 고향에서 쓰던 ‘깐부’라는 단어로 시작한 치킨 프랜차이즈 ‘깐부치킨’은 ‘오징어 게임’ 이후 엄청난 특수를 누렸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가장 눈길을 끌었던 장면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깐부 회동’이었다. 서울의 한 깐부치킨 매장에서 열린 세 사람의 ‘깐부 회동’은 철저히 준비된 계획이었다. 엔비디아는 ‘깐부’의 의미를 감안해 회동 장소를 깐부치킨 매장으로 정했다. 깐부 회동 다음 날 엔비디아는 최대 14조원 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을 약속했고, 삼성과 현대차는 반도체와 자율주행 기술로 화답했다. ‘깐부 회동’을 계기로 세 회사가 끈끈한 글로벌 AI산업 동맹 관계를 구축했다. AI 깐부시대를 연 우리나라 기업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