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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벼랑 끝으로 내모는 불법 사금융, 뿌리를 뽑아야

강원경찰청이 최근 2만4,333%에 달하는 살인적인 고리대금과 함께 협박과 인권침해까지 일삼은 불법 사금융 조직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이번에 적발된 3개 조직은 미등록 대부업체임에도 비대면 대출을 미끼로 전국 1,200명에 이르는 피해자를 양산했다. 이들은 연 20%의 법정 최고이자율을 1,200배 넘게 초과한 이자를 요구했고, 이를 통해 갈취한 금액이 무려 35억원에 육박한다. 피해자에게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협박까지 감행한 범행 수법은 충격 그 자체다. 이번 사건은 단지 개인의 일탈이나 음성적인 거래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를 파고드는 불법 사금융의 구조적 위험성과 디지털 환경 속 무방비한 개인들이 어떻게 범죄의 표적이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금융 수요가 급증하면서 온라인 대출 중개사이트를 통한 접근 방식은 더 교묘하고 정교해졌다. 합법적 금융 이용이 어려운 사회적 취약계층은 이처럼 ‘손쉬운 대출’을 가장한 함정에 빠지기 쉬우며, 일단 발을 들이면 불법 추심과 인권 유린, 심지어 생명의 위협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범죄 조직의 치밀한 수법도 심각하다. 주민등록증부터 가족관계증명서, 지인 연락처, 심지어 카카오톡 대화 내역까지 확보하며 피해자의 사적 영역을 철저히 침해하고 이를 추심 수단으로 악용했다. 이것은 채권 회수를 위한 수단을 넘어선 전방위적 통제이며, 피해자에게 극심한 심리적 압박을 가해 일상생활을 파괴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이러한 범죄 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는 점은 지역사회에도 경종을 울린다. 고금리 대출을 넘어선 인권 침해가 현실로 벌어지는 상황에서 경찰의 신속한 수사와 대포폰·대포계좌 추적, 범죄수익금 압수 등의 조치는 매우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욱 강력한 법적 제재와 더불어 불법 사금융 접근 자체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우선적으로 미등록 대부업체에 대한 온라인 광고 및 플랫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채권 추심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전자금융거래에 기반한 인증 시스템과 통합 채권 추심 관리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다. 여기에다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공공 금융서비스 확대도 병행돼야 한다. 서민금융진흥원과 같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저금리·소액대출 제도의 접근성을 높이고, 금융교육을 강화함으로써 불법 사금융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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