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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국내 최초 석탄산업 ‘근현대 문화 유산지구’ 지정 착수 전남 화순…최대 탄전 강원도는 아직 체계도 없어

[석탄 문화 세계유산화]
5. 대한민국 남부권 최대 탄광 전남 화순 르포
23년 폐광, 국내 최초 근대문화유산 지정 추진
석탄생산량 70% 차지 강원은 아직 체계 없어
K-백신 3분의1 화순 생산…대체산업도 활성화

◇전남 화순광업소 전경

11월5일 오전 전남 화순군 화순읍내에서 차량으로 15분을 달리면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화순탄광)이 나타난다.

1905년 광업권을 등록해 국내 1호 광업소로 기록돼있다. 생산량이 정점을 찍었던 1989년 당시 1,60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했으며 남부권 최대 탄광으로 불렸다. 2023년 6월 폐광해 지금은 외부인과 차량의 출입을 막는 차단기가 굳게 잠겨있었다. 광업소 주변은 적막 속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경축 폐광지역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국비 700억원 확보’라고 적힌 현수막과 ‘결사반대 대책없는 폐광, 정부는 각성하라’는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있었다.

광업소가 성업하던 당시 중심가였던 ‘천운 마을’은 인적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약국, 세탁소, 양복점 등의 빛바랜 간판 등이 남아있었지만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마을 중심가에는 대한석탄공사 사택이 남아있다. 태백, 삼척 도계의 사택인 석공아파트와 쌍둥이처럼 빼닮은 모습이다. 강원도에서는 아직도 흔히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 남부권에서는 유일하게 남은 사택이다. 안전 문제 등으로 철거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떠나지 않은 주민이 있어 사실상 방치 중이다.

◇전남 화순광업소의 광산 종사자 추모비

광업소 맞은 편에는 산업역군을 기리는 추모공원이 조성돼있다. 비석에는 석탄산업 순직자와 진폐재해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인적 없는 마을에서 어렵게 만난 주민 이정희(84)씨는 “광업소가 잘될때에는 마을에 병원, 극장까지 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으로 북적했다”면서 “광부들이 떠나며 상가도 문을 닫고 남은 사람들이 없다”고 말했다.

전남 화순은 강원도 폐광지역과 400㎞ 떨어져 있지만 함께 석탄산업을 영위하며 대한민국 산업화의 근간이 됐다.

또 2023년 전남 화순부터 24년 태백 장성, 25년 삼척 도계광업소까지 연쇄 폐광으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강원일보는 전남 화순 현지에서 강원도와 같은 듯 다른 폐광대책을 살펴봤다.

■국내 1호 석탄 국가 문화유산 지정 추진=전남 화순군은 지난 9월 석탄 생산·보관시설 등이 본래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화순광업소 일대를 ‘근현대 문화 유산지구’로 지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전남도에 제출했다. 국내 석탄산업의 특수성과 탄광이 가진 역사성, 문화적 가치 등을 고려하면 보존·관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화순군의 설명이다. 근현대 문화유산은 개항기 전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형성된 문화유산 중 역사적·예술적·사회적 또는 학술 가치가 인정돼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화순광업소는 1905년 광업권을 획득, 국내 1호 탄광으로 기록돼있다. 근현대 문화 유산지구 지정 보존·관리 국비 지원은 물론 역사적 상징성 등도 부여된다. 전라남도는 국가유산위원회를 열어 심의를 거쳐 국가유산청에 지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화순탄광은 1905년 국내 처음으로 한국인 박현경이 광업권을 등록한 남부권 최대, 사실상 유일의 석탄 생산지이다.

탄전 일대를 문화 유산으로 지정하려는 시도는 전남 화순이 국내 최초다. 화순은 광업소 일부 시설을 보존하고 일부 지역은 관광단지로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경우 현재 태백의 철암선탄장과 장성이중교, 도계 급수탑 등 개별적인 근대문화유산만 지정돼있을 뿐 광업소 일원을 유산으로 통합적으로 보존·활용하는 체계는 아직 갖추지 못했다. 태백, 삼척, 영월, 정선 등 강원남부권이 국내 석탄생산량의 70%를 차지한 국내 최대 탄전이었음을 고려하면 뼈아픈 일이다.

심봉섭 화순군청 문화예술과 주무관은 “(화순광업소 일원이) 국가유산 지정 후 연차적으로 보존과 활용을 위한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다만 광업소 일원의 소유권이 아직 이관되지 않았고 넘어야 할 산도 많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녹십자GC 화순공장

■K-백신 중심…대체산업도 가속페달=화순군 읍내에서 차량으로 20분, 광주 시내에서도 30분이면 도착하는 생물의약산업단지. 2010년 국내 유일의 백신산업특구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지난 5일 오후 생물의약산단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GC녹십자의 백신 공장이 눈에 띄었다. 주차장은 수백여대의 차량으로 빼곡했고 20~30대 젊은 직원들이 분주하게 산단을 오가며 활력이 느껴졌다. 광업소와 농업이 사실상 유일한 산업기반이었던 전남 화순은 2000년대부터 백신산업 육성에 나섰다. 단순히 공장을 유치하는 것을 넘어 연구 연구·개발(R&D), 비임상·임상시험, 생산 등 전주기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했다. 현재 전남 화순에서는 국내에서 쓰이는 인플루엔자 백신 중 3분의 1이 화순에서 생산된다. 현재 화순 백신산업특구에 투자를 약속한 민간기업의 투자액만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석탄산업전환지역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강원특별자치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녹십자GC 화순공장

100년을 이어온 석탄산업은 탄소중립의 시대적 과제에 따라 올해 6월 삼척 도계광업소 폐광과 함께 사실상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

이에 태백시는 3,540억원을 투자해 석탄 중심 도시에서 무탄소 에너지 도시로 전환을 계획 중이다. 장성광업소 부지에는 청정메탄올 생산기지, 고터실 산업단지 인근에는 핵심광물 산업단지, 철암역 일원에는 물류시설과 근로자 주택단지를 조성해 미래 자원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또 6,400억원이 투입되는 태백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구축 사업(URL)도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번 결정으로 태백시는 국내 최초의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구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삼척시는 총 3,603억원을 투자해 암치료 중심의 의료 클러스터로 재도약을 추진한다. 도계광업소 부지를 중심으로 암세포를 정밀 파괴하는 첨단 의료기기 중입자 가속 암 치료 시설을 구축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연세대 암병원만 운영 중이라 수요가 상당할 전망이다. 완공 시 공공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은 물론 체류형 치유·관광 벨트 확장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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