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방문한 도쿄 도심 스가모역 인근의 한 상점가는 비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상점을 찾은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상점가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는 주 고객층은 보행기를 밀고 다니거나 지팡이를 짚고 있는 백발의 노인들이었다. 각 상점별 매대에는 빨간내복, 건강식품, 지팡이, 보청기 등 어르신들을 위한 상품이 가득했다. 이곳은 일명 ‘할머니들의 하라주쿠’라고 불리는 노인 상점 거리 ‘스가모 지조도리 상점가’다.
일본 스가모 지조도리 상점가는 800여m의 거리 양쪽에 보청기 가게, 건강식품점, 반찬가게 등 약 190여개의 점포가 자리잡고 있다. 스가모 상점가를 찾는 방문객은 평일 하루에만 1~2만명에 달한다.
주고객층이 노인들인 만큼 노인 편의를 고려한 상점가 환경 및 시설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다. 스가모 상점가 입구에 위치한 스가모 신용 금고 본사엔 ‘금융 사기를 조심하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써있다. 금융 사기범죄에 취약한 노인들을 위한 캠페인의 일환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대부분의 상점에서는 문턱을 찾아볼 수 없다. 상점에서 판매되는 물건들에는 일반 가게보다 훨씬 크고 진한 서체의 가격표가 붙어있다. 또 인도 곳곳에 벤치가 놓여있어 노인들이 쇼핑 도중에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상점가에는 50~60여년을 훌쩍 넘긴 전통있는 가게들도 많다. 메리야스 전문점은 1958년 문을 열었으며, 입구에 위치한 반찬가게 역시 운영한지 30년이 넘었고 화과자 점포는 8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업주들도 대부분 60대를 넘긴 어르신들이다.
일본 도쿄에는 스가모 상점 이외에 백화점, 서점 등에서도 어르신들을 배려한 환경 조성이 눈에 띈다. 신주쿠 게이오 백화점 8층에는 노인들을 위한 용품 판매점으로 구성돼 있다. 휠체어, 가정용 돌봄 침대 등의 상품이 한 자리에 모여있다. 대형서점인 키노쿠니야에는 노인과 관련한 '돌봄·의료' 책을 모아놓은 곳 돌봄 전용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다. 노인들 뿐만 아니라 돌봄 케어 등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고바야시 데츠 스가모 지조도리 상점가 진흥 조합 부이사장은 “스가모 상점의 가게 대부분이 1층에 위치해 있다. 또 상점가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길이 하나로 조성돼 있다는 점”이라며 “주고객층이 고령층이다 보니 셀프계산대에 담당 점원을 비치하는 등 상점 진흥 조합에서 노인 편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도쿄=홍예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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