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은 인간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
춘천고 출신으로 한국 근현대조각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조각가 권진규(1922~1973)의 조형 정신을 지역의 시선으로 다시 읽어내는 전시가 펼쳐졌다.
춘천문화재단 2025 기획전시 ‘춘천조각, 권진규와 오늘의 작가들’이 오는 14일까지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함경도 함흥에서 태어난 권진규는 병약했던 유년기를 지나 늦깎이로 졸업한 춘천 공립중학교 시절, 도쿄 히비야 음악당에서 “음악을 양감으로 빚을 수 없을까”라는 물음으로 조각과 운명적으로 만났다. 1960년대 추상 조각이 주류이던 미술계에서도 그는 구상 조각과 고대미를 향해 걸어가, 청동보다 흙을 선호해 테라코타 작업을 고집했다. “돌이나 브론즈는 썩지만 테라코타는 썩지 않는다”는 그의 신념은 작업 전반을 관통한다.
이번 전시는 권진규를 다시 춘천의 맥락 속에 소환해 지역 조각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의 조형 정신이 오늘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권진규의 대표작 ‘마두’, ‘나부’와 백윤기 등 지역 조각가 21인의 작품을 함께 전시해 춘천 조각의 뿌리와 현재를 한눈에 조명한다. 대표작 ‘마두’는 그가 생애 가장 많이 빚은 형상으로, 함흥에서 나고 자라며 매일 마주했던 말의 머리가 고향의 기억이자 자기 존재를 비추는 상징으로 자리하며 더욱 눈길을 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지역 조각가들의 작업이 권진규를 단순히 모방하거나 추억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그의 질문을 출발점 삼아 서로 다른 재료와 감각, 시대의 언어로 조각이 무엇을 포착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다. 이 흐름은 지역 조각의 정체성과 미래를 동시에 비추며, 오늘의 조각이 권진규의 문제의식 위에서 어떻게 새롭게 확장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