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의 농촌은 기후 위기, 인구 감소, 농촌 고령화라는 삼중의 압력을 받고 있다. 양봉산업도 생산 기반이 축소되고 있으며,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지역에서 사라질 위험마저 있다. 그러나 양봉은 전략적 지역 자산이며, 강원 농업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강원 양봉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현실 진단에 기초한 구체적 비전과 구조 개편 전략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강원 양봉산업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DMZ 인접 지역이라는 천혜의 자연·생태 자원이다.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은 청정 환경, 해발 400~900m 고지대 산악지형, 다양한 밀원식물은 다른 어느 지역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스토리 있는 프리미엄 벌꿀’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다. 그러나 이 강점은 아직 시장에서 정당한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농촌 고령화로 인해 다수의 양봉농가가 60~80대 고령층에 속하고, 가격 변동, 가축 질병, 이상기후, 값싼 수입 꿀 확대까지 겹치며 농가의 경영 불안은 구조적인 수준으로 심화되고 있다. 강점과 약점이 이렇게 선명하게 교차하는 상황에서, 정책이 어느 쪽을 선택해 집중하느냐에 따라 강원 양봉의 존속 여부가 갈리게 된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생산 설비와 장비 지원에 머무르며 눈앞의 어려움을 완화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현장이 요구하는 것은 생산된 꿀이 제값을 받고 팔리는 안정적인 판로와 가격 구조이다.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산업에 청년은 들어오지 않고, 후계자 문제 역시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책은 생산 단계 지원을 넘어, 가격 안정 장치, 공공·관광 시장과 연계한 장기적인 판로, 강원 통합 브랜드를 통한 프리미엄 가격 형성 등 ‘수익 구조 설계’를 핵심 목표로 삼아야 한다. 지원 실적이 아닌 농가 소득과 산업 지속 가능성을 정책 성과의 기준으로 삼는 전환이 필요하다.
강원 양봉산업을 지역 전략산업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향이 필요하다.
첫째, DMZ 청정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강력한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한정판 ‘DMZ 꿀’ 시리즈를 개발하고, 국제 수준의 인증을 확보해 희소성과 신뢰를 동시에 높여야 한다. 소비자가 가격이 아니라 스토리와 신뢰를 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소포장 제품과 화분, 프로폴리스, 벌집 꿀 등 고부가가치 상품 라인업을 확대해 단위 면적당 소득을 높이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둘째, 양봉과 관광·체험을 결합한 6차 산업으로 확장해야 한다. 농촌체험마을, 트래킹 코스, 로컬푸드 직매장과 연계한 양봉 체험·치유·생태 프로그램을 개발해 양봉을 지역 관광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매김시켜야 한다. 동시에 온·오프라인 통합 판매 플랫폼을 구축해 유통 마진을 줄이고 농가에 돌아가는 몫을 키워야 한다.
셋째, 파편화된 개별 농가를 공동 브랜드와 공동 유통망을 갖춘 협동조직으로 묶어 규모의 경제와 시장 교섭력을 확보해야 한다. 청년·귀농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자금·멘토링을 결합한 장기적인 양봉인 육성 체계를 제도화하고, 기존 농가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이전해 세대 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강원의 양봉산업은 DMZ라는 세계적 브랜드 가치, 강원 산악지형의 청정 환경, 오랜 세월 축적된 농가의 경험이 결합할 때 강원 농업의 새로운 활로이자 확실한 효자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양봉산업은 제대로 키운다면 강원 농업의 체질을 바꾸는 강한 동력이 될 수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강원 양봉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앞으로 농촌의 생존과 지역 경제의 방향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