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문학의 역사와 서정이 일본에 닿았다. 푸른 바다와 짙은 녹음을 담은 강원 작품들은 K-문학 열풍의 중심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강원문화재단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서 ‘진보초 강원책장 작가와의 대화’를 개최했다. 강릉 출신 유금옥 아동문학가와 춘천 출신 전석순 소설가가 지역을 기반으로 쌓아온 작품 세계를 현지 독자들과 나눴다. 이날 행사가 열린 서점 ‘책거리’는 고서점과 출판사가 밀집된 도쿄 진보초에서 한국문학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유일한 곳이다. 이곳의 서가 한 편에는 ‘강원도 작가들’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다. 케이북(K-BOOK) 기획사업을 추진 중인 재단은 책거리를 기점으로 강원 문학과 출판의 국제교류 기반을 확대해가고 있다.
본격적인 시작점은 2023년이었다. 일본 K-BOOK 진흥회와 업무협약을 기점으로 국경을 넘는 문학 교류가 시작됐다.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의 일본어 번역을 기념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전상국 작가의 ‘우상의 눈물’ 일본어 번역을 기념해 한국에서 일본으로 교류가 이어졌다.
3년차에 접어드는 2025년, 양국은 지난 걸음을 가시화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했다. 올해 처음 시도한 작가와의 대화 행사장을 가득 메운 인파는 강원 문학에 대한 관심을 입증했다. 창작기법에 대한 질문부터 문학가의 소양에 대한 질문까지 오가며 국가와 언어의 경계가 허물어진 교류의 장이 형성됐다.
이날 행사를 함께 준비한 책거리 대표이자 한국문학 전문 출판사 쿠온을 이끄는 김승복 대표(K-BOOK 진흥회 전무이사)는 “진보초는 사람과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며 “현재 일본 서점 내 76곳의 K-BOOK 코너가 있는데 이곳을 거점으로 강원의 문학을 소개하고, 상설 전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재단은 앞서 지난달 진보초 출판클럽빌딩에서 열린 K-BOOK 페스티벌에서 ‘강원부스’를 운영하며 강원 문학과 출판 콘텐츠를 알렸다. 도서출판 산책(춘천)과 도서출판 이음(원주) 등 도내 출판사의 행사 참여를 지원하기도 했다.
장편소설 ‘미실’로 일본 독자들을 만난 소설가이자 이번 사업을 이끄는 김별아 이사장은 “고향의 색채를 알리는 작품 활동은 우리 문단에 매우 귀한 자산이다. 지역만의 정서를 가지고 열심히 작품 활동하는 작가들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며 “지리적 요인과 적은 인구 등으로 소외돼 온 강원 문학계가 국가의 경계를 넘으며 가치를 알릴 수 있도록 직접적인 교류 활동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도쿄=김오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