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출범과 함께 지역균형발전을 국가 핵심 과제로 분명히 제시했다.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방의 자립적 성장 없이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도 없다는 인식에서다. 이는 단순한 지역 지원 정책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재설계하는 구조적 전환의 문제다.
현재 대한민국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주거 불안, 교통 혼잡, 환경 악화 등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반면 지방은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로 성장 동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이러한 지역 간 불균형은 국가 전체의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고착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통령이 강조해 온 “어디서 살든 공정한 기회를 누리는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방의 SOC(사회간접자본) 확충이다. 도로와 철도 등 기초 인프라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기업 유치, 정주 여건 개선의 출발점이며, 수도권 인구 분산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강원도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고성군은 최근 3년간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고 있음에도, 교통 인프라 부족으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특히 동해고속도로 속초~고성 구간(43.5㎞)은 30년 가까이 미연결 상태로 남아 있으며, 이는 단순한 지역 불편을 넘어 국가 균형발전의 병목 구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구간의 연결은 단순한 도로 건설을 넘어, 정부가 추진하는 광역 교통망 확충과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현장에서 완성하는 핵심 과제다. 서울양양고속도로, 동해북부선 철도와 연계될 경우, 고성은 동해안 북부권은 물론 대한민국 북방경제 진출의 전략적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국정 축은 남북관계 정상화와 평화경제의 복원이다. “평화가 곧 경제”라는 대통령의 메시지는 이미 금강산관광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1998년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남북 화해의 상징이자 접경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었다.
그러나 2008년 관광 중단 이후 고성 지역은 월평균 약 32억 원, 연평균 384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겪었고, 2025년 12월 말 기준 누적 손실은 약 6,56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단지 한 지역의 피해가 아니라, 평화경제 단절이 가져온 국가적 손실이다.
이제 중앙정부는 남북관계를 이념의 영역이 아닌 실용과 민생의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 교류와 협력을 단계적으로 복원하고, 접경지역이 평화경제의 실질적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 중인 북극항로 개척과 신북방정책 역시 고성군과 같은 접경·해양 지역에서 현실적 가능성을 갖는다.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 고성은 금강산과 원산을 잇는 육상 루트의 출발점이자 북극항로로 연결되는 동북아 경제벨트의 관문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 발전을 넘어 대한민국의 물류·경제 지형을 확장하는 국가 전략이다.
최근 통일부가 발표한 「평화경제특구 기본구상」은 이러한 흐름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특히 동부권 관광 중심 특화단지의 성공을 위해서는 금강산관광 경험과 상징성을 지닌 고성군 화진포와 같은 공간이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과 평화경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이다. 새 정부가 이를 국정의 중심에 두고, 선언이 아닌 실행으로 이어갈 때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지방, 남과 북이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변화는 의지에서 시작되지만, 진정한 성과는 현장에서 완성된다. 이제 국가균형발전의 다음 문장을 써 내려갈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