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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맞벌이의 메시지

◇일러스트=조남원 기자

강원지역 신혼부부의 풍경이 달라졌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2일 발표한 ‘2024년 신혼부부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신혼부부는 2만7,588명으로 전년 대비 1,158명(4%) 줄었다. 신혼부부 수는 2015년부터 9년 연속으로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초혼 신혼부부 중 맞벌이 비중은 59.1%로 전년(57.5%)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10년 전인 2015년 40%대였던 맞벌이 비율은 60%에 육박하고 있다. 도내 신혼부부 10쌍 중 6쌍이 맞벌이인 셈이다. ▼맞벌이 증가와 함께 또 하나 눈에 띄는 지표는 딩크족의 확산이다. 신혼부부의 절반 정도가 자녀가 없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낳지 못하는 현실에 가깝다. 자녀가 있는 부부조차 평균 자녀 수가 1명에도 못 미친다. 집값과 대출 부담은 이런 선택을 더욱 가혹하게 만든다. 신혼부부의 50% 이상이 아직 내 집을 마련하지 못했고, 대출 잔액은 매년 불어난다. 소득은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줄었는데, 주거비와 양육비는 쉼 없이 가파르게 오른다. 맞벌이는 더 이상 ‘여유를 위한 선택’이 아니다. ▼문제는 제도가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맞벌이가 표준이 됐지만, 일터는 여전히 외벌이 가정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장시간 근무, 눈치 보는 육아휴직, 부족한 돌봄 인프라 속에서 맞벌이 부부는 늘 시간에 쫓긴다. 그 결과 ‘아이 없는 맞벌이’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처럼 여겨지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신혼부부 수 감소 폭이 축소됐다는 분석은 반가운 신호일 수 있다. 하지만 숫자만으로는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 결혼은 늘었을지 몰라도, 출산과 정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지역의 인구 기반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맞벌이를 당연한 현실로 인정한다면, 이제 정책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맞벌이가 출산 포기의 다른 이름이 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통계 너머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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