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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유비무환

◇일러스트=조남원기자

강원 직업계고 신입생 충원율이 88.96%로 뛰었다. 전년(80.51%)보다 8.45%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정원 2,020명 중 1,797명이 입학을 확정하면서 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를 바라보는 눈빛의 온도가 바뀌고 있다. 하지만 자리를 채운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디서 일할지다. 교복에 묻은 경험의 흔적들이 희망의 신호로 바뀌는 장면을 직업계고가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유비무환’이라 했다. 준비가 중요하다. 학과를 신산업 쪽으로 바꾸고 실습을 늘리면서 해외 현장학습까지 붙이자, 직업계고를 바라보는 시선이 확실히 달라졌다. 협약형 특성화고니 심화동아리니 자격교육이니 이름은 많지만, 핵심은 “배우면 바로 쓸 수 있느냐”다. 다만 간판만 새로 달고 속이 비면 ‘사상누각’이 되는 법이다. 그래도 강원형 마이스터고 두 곳이 정원을 넘겼다는 건, 기술의 길이 더는 밀려난 선택이 아니라는 뜻이다. ▼충원율이 올랐다고 박수만 치고 있으면 안 된다. 현장실습이 ‘배움’이 아니라 ‘값싼 노동력’으로 비치는 순간, 믿음은 금세 식어 버리게 된다. 교실에서 배운 것이 일터에서 제대로 쓰이는 만큼 대우도 따라줘야 한다. 그래야 청년이 서울행 표를 쥐는 대신 지역에서 일할 마음을 낸다. 아직 남은 11.04%(223명) 빈자리의 이유는 학교 안보다 학교 밖에 있다고 하겠다. 일할 자리와 대우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어렵게 모은 인재들은 끝내 지역을 등지게 된다. ▼기술인재를 키운다는 말은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대장간에서 쇠가 달아오르듯, 교실의 배움도 현장에서 다시 달궈져야 한다. 잠깐 치솟은 충원율을 불꽃놀이처럼 소비하면 미래에는 재만 남을 수 있다. 실습실의 장비와 안전, 첫 월급의 체면, 현장 멘토의 책임이 한 줄로 이어질 때 길이 된다. 충원율은 ‘들어오는 숫자’일 뿐이다. 졸업 뒤에도 강원에서 살겠다는 ‘남는 사람’이 늘어나는 순간, 통계는 비로소 지역의 미래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 성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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