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산타복장을 갖춰 입은 이유는 이날 춘천시 명동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춘천지역아동센터 주관 ‘춘천 어워드의 밤’ 행사장에 가기 위해서다.
명동 입구에 들어서자 길을 걷던 많은 사람들의 눈길이 쏠렸다. 어떤이는 발걸음을 멈춰세우고 “메리 크리스마스”라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교복을 입은 중학생과 부모 손을 잡고 걷던 아이들 앞에서 인사를 건네자 선물을 향해 고사리 같은 손을 내미는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그 순간 산타할아버지가 됐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났다.
목적지인 행사장에는 산타의 등장을 기다리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조금 있으면 산타할아버지가 온다”는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기대감에 부풀었고 잠시 뒤 산타가 등장하자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허허허…안녕, 메리 크리스마스.”
기대감을 한몸에 받은 채 아이들 앞에 섰지만 막상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는 쉽게 판단되지 않았다.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웃어야 할지, 손을 내밀어도 되는지 망설여졌다. 짧은 고민이었지만 그 시간은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다. 선물을 건네는 일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자연스럽게 허리를 굽혔고 누구에게 어떤 선물을 먼저 건넬지 다시 살폈다. 과자 박스 하나를 전달하는 데에도 동작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고 누구에게 먼저 건네야 할지 고민됐다.
부안초를 다니는 장규민(10)군은 “산타는 없다고 들었는데 산타가 나타나서 신기하고 좋았다. 아무래도 가짜 산타인 것 같지만 선물을 받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옷을 갈아입으려는 찰나 신용준(6)군이 산타할아버지를 다시 보더니 껴안았다. 산타할아버지는 단순히 선물을 건네는 존재가 아닌 누군가의 기대와 기쁨을 안아야 한다는 걸 느꼈다.
태어나서 처음, 1년에 단 한번 산타 역할을 맡아 보면서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게 선물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하는 기대를 해 본다.
‘메리 크리스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