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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자문’에서 ‘직접 결정’으로… 강원 ‘주민자치회’ 확산

[기획]강원형 풀뿌리 자치, 과제와 전망

올 6월 춘천 스카이컨벤션에서 열린 2025년도 강원특별자치도 주민자치회 전략 세미나 모습. 강원일보DB

강원특별자치도의 읍·면·동 주민자치가 기존 ‘주민자치위원회’ 중심의 자문·심의 기능에서, 주민이 의제를 발굴하고 주민총회 등을 통해 결정까지 하는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며 생활정치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다만 전환 속도와 운영 역량이 지역별로 크게 달라 도시와 농촌 간 격차가 두드러지고, 인구감소·고령화가 빠른 지역일수록 참여 기반이 약해 ‘강원형 맞춤 모델’ 구축이 핵심 과제로 제기된다.

■ 운영률 73%… 도시는 ‘안착’, 농촌은 ‘전환 정체’= 강원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도내 읍·면·동 137곳에 주민자치 기구가 설치됐고 운영률은 약 73%다. 이 중 주민자치회는 51곳, 주민자치위원회는 86곳으로 집계됐다. 전체 위원은 3,507명 규모다.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 격차는 뚜렷하다. 춘천·강릉 등 시 단위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반면, 삼척시는 아직 주민자치 기구가 구성되지 않았고 일부 군 지역은 운영률이 한 자릿수~10%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자문·심의’에서 ‘의제 발굴·결정’으로… 역할 확대와 책임도 커져= 주민자치회는 자치센터 프로그램 운영과 행정에 대한 자문·심의에 머물던 주민자치위원회와 달리, 지역 의제를 직접 발굴해 계획을 수립하고 주민총회 등을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일부 사무를 위탁받아 추진하는 등 기능이 확대되면서, 주민 참여를 실제 실행으로 연결할 수 있는 실무 역량과 지원 체계가 요구된다.

■ 인구감소 지역 “사람이 없다”… 위원 구성·실무 인력난이 구조적 한계= 운영이 더딘 지역에서는 위원 충원과 실무 인력 확보가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주민총회 개최, 자치계획 수립,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인력·시간이 필요하지만, 소멸 위험이 큰 농산어촌은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활동 인력을 꾸리기 자체가 쉽지 않다. 홍천·평창 등 일부 지역은 시범 운영 이후 인력 구성의 어려움 등으로 상당수 지역이 미운영 상태로 되돌아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제도는 확대되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운영 여건’이 따라주지 못하는 셈이다.

■ 표준화된 운영 틀의 한계… 법적 안정성·현장 유연성 동시 확보 필요= 주민자치회는 현행 법체계에서 법적 지위가 충분히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표준조례 중심의 획일적 운영 역시 지역 특성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인구·지형·계절·생활권이 각기 다른 강원에서 동일한 운영 모델을 적용하면, 오히려 농산어촌에서는 부담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민자치회를 지방자치법 등 상위 법령에 명확히 규정해 제도의 지속성을 높이는 한편, 인구감소 지역을 고려한 조례·운영 기준의 유연화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인구감소는 실패 원인이 아니라 조건 변화… 맞춤 설계로 ‘계속 살 수 있게’ 해야”= 김대건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구감소 시대에 던져야 할 질문은 ‘사람이 줄었는데 주민자치회가 가능한가’가 아니라 ‘사람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주민자치회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가’”라며 “주민자치회는 인구를 늘리는 조직이 아니라, 줄어드는 조건 속에서도 지역에서 계속 살 수 있게 삶을 조직하는 장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구감소는 주민자치회의 실패 원인이 아니라 운영 조건이 달라졌다는 뜻”이라며 “법적 지위를 분명히 하고, 표준조례의 유연성을 적극 활용해 지역의 생활 리듬과 물질적 조건을 반영한 현장 맞춤형 모델을 설계해야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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