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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화단상] 마음을 닮은 물

우승순 수필가

아침에 일어나면 공복에 따스한 물 두 컵을 마신다. 몸과 마음을 정화해 하루를 맑고 건강하게 시작하려는 안간힘이다. 생명활동은 에너지의 변환이며 파동을 동반한다. 사람의 감정도 고유한 주파수가 있고 물을 매개체로 호흡을 통해 외부로 전달될 수 있다. 유쾌하거나 혹은 화가 난 사람 옆에 있으면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전해지는 까닭이다. 물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감정에 휩쓸리다 보면 몸속의 물도 탁해진다.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마음을 닦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은 자정(自淨) 능력이 뛰어나다. 끊임없이 흐르며 순환하기 때문이다. 비는 화려한 내림으로 자연을 정화시켜 주고, 수증기는 겸손한 오름으로 스스로 맑아진다. 인생도 흐름이다. 몸이 건강하려면 혈액 순환이 잘 되어야 하고, 마음이 편안하려면 감정이 막힘없이 흘러야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로 물을 닮고 싶어 했다. 논어에도 슬기로운 자는 물을 좋아한다(知者樂水)고 했고, 노자께서는 상선약수(上善若水), 도무수유(道無水有)라 하지 않던가. 물은 만물을 평등하게 대하고 이롭게 하며, 막히면 돌아서가고 다투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흘러 바다를 이룬다. 스스로 그러하다

마음이 시공을 초월하듯, 물은 온누리에 자유자재 한다. 상황에 따라 안개, 비, 눈, 얼음으로 바뀌고 설탕을 만나면 설탕물로, 소금을 만나면 소금물로 헌신한다. 땅속과 하늘을 마음대로 드나들며 물질을 녹이고 화합시켜 생명을 탄생시킨다. 끝없이 변하며 천태만상의 이름을 갖지만 그 영혼인 젖는 본성은 하나다. 법성게의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을 일깨운다. 마음도 그렇다.

지구의 약 70%가 물이다. 지구(地球)가 아니라 수구(水球)다. 사람도 나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70% 정도가 물이다. 몸은 작은 지구다. 태고(太古)이래로 수없이 재활용 되어 온 물은 차 한 잔에도 긴 여정을 담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강물이었고 그 이전엔 빗물이거나 구름이었다. 구름 이전엔 태평양의 바다였거나 혹은 개숫물이었을지도 모른다. 빗물은 빗물대로 바닷물은 바닷물대로 나름의 서사가 있지만 그 비밀은 물의 DNA만이 알고 있다. 차 한 잔에도, 내 몸에도 지구의 역사와 정보가 담겨있을 것이다.

인간 사회도 하나의 바다이며 개개인은 물 한 방울로 참여한다. 한 방울씩 모인 물이 바다에 이르면 ‘나’를 버리고 하나가 되듯, 지구촌 80억의 인구도 각양각색으로 살아가지만 마음의 본바탕은 하나일 것이다. 일심(一心)이다.

지구는 거대한 생명체이고 물은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다. 산소 원자 한 개와 수소 원자 두 개로 이루어진 H2O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미래의 에너지 수소의 원료다. 물은 들숨과 날숨을 통해 내 몸속을 쉼 없이 드나들며 나와 세상을 소통시키고, 지구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한다. 물이 오염되면 지구도, 인간도 병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생명의 원천이며 끝없이 관대하고 변함없이 헌신하는 물을 아끼고 사랑해야겠다. 물은 지구의 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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